관객 37

내 엄마와 나의 아저씨

어느날 들려왔다 설마 왜 내 두 아이의 분개 성토하는 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아무 말도 아무 생각도 하기 싫었다 연일 나오는 뉴스를 읽고 들으면서 좀 겸손할 것을 대중의 사랑을 먹고 사는 사람이 왜 좀 더 처신을 잘하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이 자리 잡을 무렵 딸아이의 전화를 받았다 엄마 설마 하며 뉴스를 찾아 읽었다 누가 누구를 단죄할 수 있나 세월 흐르다 보니 이만큼의 나이가 되어 보니 어찌 한평생 일관성 있게 한 길만을 걸으며 한 사람만을 바라보며 살 수 있을까 싶다 알게 모르게 마음속 사연 하나 다른 이 하나 품었다 내어놓았다 하는 게 우리네 인생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표나지 않게 속앓이로 시작되어 소용돌이처럼 들끓다 끝나는 줄 모르게 지쳐가다 희미하게 사라져들 가는데 어느날 한참의 세월이 지나서 뒤를 ..

관객 2024.03.17

우리들의 이별

떠나는 아내의 밥상을 차리는 남편의 부엌 일기 2018년 강창래 작가의 동명 에세이를 옮긴 작품 제주도 오는 비행기 안에서 이유를 알 수 없는 눈물이 떨어졌다 양쪽 옆에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 섬처럼 앉아 섬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에 갑자기 너무 외로웠나 보다 아직도 감정을 다스리는 훈련이 더 필요하다 아침 7시쯤에 잠이 깼다 올빼미처럼 살았던 평생의 기억은 도대체 어디로 날아가 버렸을까 늦게 잠든 날에도 아침에 일찍 눈이 떠지면 어처구니가 없다 아내는 걷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한 회사를 책임지고 일이 우선일 때는 시간은 내기 어려웠지만 암을 선고받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나는 아내가 걸을 때마다 기꺼이 함께 걸었고 그녀는 함께 걸었던 일 년이 가장 행복했다는 말을 남겼다 지난날 그 산들의 계단을 생각..

관객 2023.08.17

색 바랜 갈피마다

다른 가수가 부르는 노래를 뒤 어딘가에 올렸던 거 같은데 어쩌다 다시 듣게 된 이 노래가 뜨끔거린다 한마디도 할 수가 없는데 가슴속에 뭔가가 차곡차곡 쌓여 있는 거 같으니 . . . 이 여자의 눈매는 참 깊다 눈으로 말하고 표현하고 있는 거 같으니 언젠가 학교 선배가 네가 돋보이는 거는 네가 가지고 있는 분위기라는 그 말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이 나는 거 보면 늦가을에 만난 사랑이 찰나처럼 꿈속으로 사라져간 사랑이 바스락거리는 나뭇잎 같았으니 (요즈음은 극에 이입되는 거 같다 막다른 삶같이 느껴지던 두 사람의 사랑이 열매가 맺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겨나서 남자가 그리 사라져 갈 때 나 또한 허전함이 밀려왔으니..) 왜 이렇게 숨차게 말이 많을까 하며 보기 시작했던 드라마 근데 대사 하나하나가 콕콕 박혀 ..

관객 2022.12.17

잠적 그외 문득..

오랫동안 여전한 것이 주는 위안이 소리가 나를 홀린다 발끝을 타고 심장 결에 간질인다 일정한 리듬으로 찰박거린다 까무룩 잠들 무렵 가슴을 토닥여 주던 엄마 손길처럼 일정하게 토닥토닥 그 토닥토닥임은 하루 끝의 걱정도 슬픔도 아무것도 아닌 일이 되었었다 파도 소리에 혼란하던 마음이 잦아든다 별것 아닌 게 된다 햇볕에 쪼그라들었던 마음을 탁탁 털어 널어본다 바삭바삭 햇볕 먹은 마음이 된다 외딴곳에 혼자 머물러 나를 생각한다 그저 멈추기를 바랐던 나는 지금 멈추어서 좋다 어두운 길 끝엔 반드시 쨍한 빛이 있다는 것을 뜨겁든 해는 가깝게 다가서 있고 물소리 풀잎 소리 산의 생명이 한데 어울려 만드는 리듬 계획에 없던 여정이 거짓말 같은 풍경으로 나를 이끌었다 무모해져도 좋은 일이다 이 길이 맞나 싶을 때 한 발..

관객 2022.02.17

Mr Jones 2019

1930년대 초 런던 히틀러와 인터뷰한 최초의 외신기자로 주목받은 전도유망한 언론인 가레스 존스 그는 새로운 유토피아를 선전하는 스탈린 정권의 막대한 혁명자금에 의혹을 품고 직접 스탈린을 인터뷰하기 위해 모스크바로 향한다 그곳에서 존스는 퓰리처상 수상자이자 뉴욕타임스 모스크바 지국장 월터 듀란티를 만나 협조를 청해보지만 현실과 타협한 그에게 실망하고 만다 하지만 존스의 투철한 기자정신에 마음이 움직인 베를린 출신의 기자 에이다 브룩스로부터 그가 찾는 진실에 접근할 실마리를 얻게 된다 계속되는 도청과 미행 납치의 위협 속에서 가까스로 우크라이나로 잠입한 존스는 마침내 참혹한 진실을 마주하게 되는데 생명을 담보한 위험한 취재 세상은 외면했지만 끝까지 진실을 추구한 단 한 명의 기자 1933년 소련을 여행하며..

관객 2021.02.17

나부야 나부야 외..

젊어서는 그럭저럭 지냈는데 나이 들어 갈수록 서로 정이 더 두터워져 지리산 삼신봉 자락 해발 600m에 자리한 경남 하동군 화개면 단천마을 78년을 함께 한 노부부가 산다 할아버지는 거동이 불편한 할머니를 위해 음식부터 빨래까지 모든 집안일에 솔선수범하는 애처가다 한날 한시에 이 세상을 하직하자고 그렇게 약속을 했건만 얄궂은 이별이 찾아왔다 아내를 향한 그리움으로 할아버지는 모든 것을 놓는다 (2018년 제19회 전주국제영화제) 밥정을 먼저 보고 난 후 나부야의 겉표지 이미지를 보면서 할머니 얼굴이 어찌 닮아 있는 거 같아 내려서 보면서 그 연결고리에 아.. 했다는 다시 밥정을 이해해 가며 연거푸 보게 되었다 ( 왜 그렇게 그리움에서 헤어나지를 못했는지를 처음 보면서 보이던 않았던 감정들이 한꺼번에 솟구..

관객 2021.01.17

Call Me by Your Name 2017

감독 / 루카 구아다니노 각본 / 제임스 아이보리 주연 / 티모시 샬라메 아미 해머 내 눈의 빛 세상의 빛 내 인생의 빛 같은 사람 이탈리아 해안가의 별장에서 여름을 맞이한 열일곱 살의 엘리오 부모님은 책 출간을 앞두고 원고를 손봐야 하는 젊은 학자들을 초대하는데 그해 여름 손님은 스물넷의 미국인 철학교수 올리버다 엘리오는 자유분방하면서도 신비한 매력으로 만나는 사람마다 매료시키는 올리버에게 첫눈에 반하면서 거침없이 빠져든다 마음을 온전히 열어 보이지 않는 올리버를 향해 욕망을 떨쳐낼 수 없는 지경에 이른 엘리오 올리버는 엘리오가 다가갈 때마다 나중에라며 피하지만 결국 둘은 멈출 수 없는 사랑을 나눈다 하이든 리스트 바흐와 헤라클레이토스 파울첼란 퍼시셸리 레오파르디를 넘나드는 두 사람의 의식 세계와 온전..

관객 2020.08.17

토탈이클립스

장 니콜라 아르튀르 랭보(Jean Nicolas Arthur Rimbaud) (1854 10 20~1891 11 10) 프랑스 시인 아르덴주의 샤를빌(지금의 샤를빌메지에르)에서 출생 부친은 일찍 집을 버리고 나가 가톨릭 신자인 어머니의 엄격한 교육을 받고 자랐다 학창시절에는 뛰어난 모범생이었으나 차차 반항적으로 되었고 시를 쓰기 시작하면서 방랑도 하게 되어 16세로 학업을 포기한다 이 전후에 쓴 여러 시에는 그의 그리스도교나 부르주아 도덕에 대한 과격한 혐오감이 가득 차 있다 랭보는 시인은 우주의 모든 것을 투시할 수 있는 인간이 아니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1871년 5월에 유명한 '견자'(voyant 부아양[*]=천리안이라는 뜻)의 설(說)을 제창하여 이 새로운 문학적 실험에 들어갔다 얼마 뒤 ..

관객 2020.06.27

내 봄날에 찾아왔던 그 따스함..

넌 따뜻한 게 뭔 줄 아니 그녀가 물었고 난 대답했다 내 차가운 손이 너의 차가운 손에 닿아 우리 둘 다 뜨거워지는 것이라고 외로움이 외로움을 만나 아늑함이 되고 슬픔이 슬픔을 만나 기쁨이 되고 서늘한 바람이 서늘한 바람괴 부딪쳐 포근한 눈이 되는 것이 바로 따뜻한 것이라고 할머니 사진이 왜 저기에 있어 보고 싶어서 무엇이든 오래 되다보면 흠도 생기고 상처도 생겨 완전무결한 관계는 없다고 생각해 금이 가면 좀 어때 상처 좀 주고받으면 그건 또 어때 우린 다 완벽하지 않아 그래서 서로한테 미안해야 될 일들을 만들고 또 사과하고 다시 고치고 그러면서 사는 거야 내가 너한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기는 했지만 난 정말 다시 기회를 얻고 싶었어 기록을 계속하다 보면 오늘 날짜의 부피가 생긴다 그렇게 포개지는 일..

관객 2020.05.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