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159

그리운 사람 너무 그리워서..

결혼 한 달쯤 지나 친정에 다니러 온 나에게 잘 가라는 말을 남겨두고 출근하던 아버지의 부음을 한 시간 만에 낯선 이에게 받았다 그때의 그 참담함이란 49재 내내 꿈을 꾸어가며 엄마 같았던 아버지를 잃은 슬픔에 말 한마디 못하고 무심히 보내어야 했든 기막혔던 현실에 헤매었던 날이 하루 이틀 한 해 두 해가 아니었는데 그나마 엄마가 좀은 색깔이 달리 보이던 남편에 첫 시집살이의 긴장감에 지금과 같은 힘든 상실감은 없었던 듯했다 아님 큰 슬픔이 또 다른 큰 슬픔에게 자리를 내어주어 깨닫지 못한 사이 이별에도 세월 속에서 제각기의 기억으로 희석되어 해석되는 건지 아버지의 초상에 어떤 여자가 문상을 왔다 내가 기억하는 그 여자는 엄마랑 많이 다르게 생긴 거로 기억된다 유달리 얼굴이 작고 하얀 내 엄마와는 달리 ..

산책 2023.01.29

선듯한 바람에 가을볕 서성이고..

엄마가 일 애기를 물어보면 왜 화가 많이 날까 근데 너도 그러냐 나도 그래 진짜 신기하지 아 이상하게 엄마기 일 애기를 물어보면 대답도 하기 싫고 짜증도 나고 전화 끊기 바뻐 근데 전화를 끊잖아 죄책감과 후회가 막 밀려와 그래서 다시 전화를 하잖아 또 일 애기를 하거든 그러면 또 화가 (슬기로운 의사생활2) 대사 하나 하나가 페부를 찔러온다 나도 그랬는데 나도 그랬는데 . . . 세상의 딸들이란 엄마한테는 으레 그래도 된다는 듯 엄마한테는 무어라고 해도 괜찮다는 듯 영원한 내 편이라는 믿음 아래 나중 응어리 하나 해결되지 못할 풀리지 못할 매듭 하나 가슴에서 품고 살 줄 모르고 딸들은 살아가나 보다 아무리 잘해도 후회의 한숨은 깊은 법 나중 그 어디에서고 엄마가 보여 오지 않을 때 아무리 불러도 엄마가 ..

산책 2021.09.17

아가야 좋은 곳으로 가렴..

너무도 짧게 머물다 가기 때문에 그래서 더욱 아쉬운 존재 그런 첫눈과도 같은 이름이 있습니다 때론 부르기만 해도 아련해지는 하지만 잊기에는 더더욱 미안해지고 마는 그러한 이름도 있습니다 가파른 비탈에도 작은 죽음 살아있는 동안 내내 몰라서 사람들이 미안해하는 그 이름은 정인이 입니다 너무 빨리 하늘의 별이 돼버린 아이 정인이는 지난 2019년 6월 10일 임신 39주를 채우고 3.6kg으로 건강하게 태어났습니다 사정이 있어 아이를 키울 수 없는 엄마를 떠나온 정인이는 생후 8일째부터 입양기관이 지정한 위탁가정에서 보살핌을 받으며 자랐습니다 건강하고 호기심 많던 아이 특히나 정인이는 음악을 유난히 좋아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이와의 만남이 여전히 생생하다는 한 사람 아이를 7개월간 키운 위탁모입니다 생후 두..

산책 2021.01.07

지나가는 말로 묻던 안부처럼..

자살했나 아니 그럼 왜 아침까지 문자 왔는데 남편이 나를 위해 찾아준 동창 모임에서 그 애를 보면서 그 애는 내 동창도 되면서 남편 동창도 되는 친구였다 우리는 각자의 모임에서 드문드문 스쳐 가면서도 몰랐던 관계를 나중 남편의 부부 모임에서 재차 확인하게 되었다 내가 아는 그 애는 글을 아주 잘 쓴다는것과 시인으로 등단해 그의 이름으로 낸 책이 서점에 진열되어 있으며 내 처음이자 마지막 공개 글에 근사한 댓글과 함께 산에 가는 모임을 운영한다며 한번 참석했으며 한다는 글과 그 글에 내 친구들의 찬사가 이어졌다는 걸로 기억하고 있다 5년 뒤 항암치료 끝에 다 나은 줄 알고 친구들에게 한턱낸다는 그 애는 다시 재발하여 폐암 4기로 판정을 받았다고 했다 의료보험도 되지 않는 비싼 약을 처방받는다고 했으며 언젠..

산책 2019.12.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