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한 달쯤 지나 친정에 다니러 온 나에게 잘 가라는 말을 남겨두고 출근하던 아버지의 부음을 한 시간 만에 낯선 이에게 받았다 그때의 그 참담함이란 49재 내내 꿈을 꾸어가며 엄마 같았던 아버지를 잃은 슬픔에 말 한마디 못하고 무심히 보내어야 했든 기막혔던 현실에 헤매었던 날이 하루 이틀 한 해 두 해가 아니었는데 그나마 엄마가 좀은 색깔이 달리 보이던 남편에 첫 시집살이의 긴장감에 지금과 같은 힘든 상실감은 없었던 듯했다 아님 큰 슬픔이 또 다른 큰 슬픔에게 자리를 내어주어 깨닫지 못한 사이 이별에도 세월 속에서 제각기의 기억으로 희석되어 해석되는 건지 아버지의 초상에 어떤 여자가 문상을 왔다 내가 기억하는 그 여자는 엄마랑 많이 다르게 생긴 거로 기억된다 유달리 얼굴이 작고 하얀 내 엄마와는 달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