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따뜻한 게 뭔 줄 아니
그녀가 물었고 난 대답했다
내 차가운 손이 너의 차가운 손에 닿아
우리 둘 다 뜨거워지는 것이라고
외로움이 외로움을 만나 아늑함이 되고
슬픔이 슬픔을 만나 기쁨이 되고
서늘한 바람이 서늘한 바람괴 부딪쳐
포근한 눈이 되는 것이 바로 따뜻한 것이라고
할머니 사진이 왜 저기에 있어
보고 싶어서
무엇이든 오래 되다보면 흠도 생기고 상처도 생겨
완전무결한 관계는 없다고 생각해 금이 가면 좀 어때
상처 좀 주고받으면 그건 또 어때
우린 다 완벽하지 않아
그래서 서로한테 미안해야 될 일들을 만들고
또 사과하고 다시 고치고
그러면서 사는 거야
내가 너한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기는 했지만
난 정말 다시 기회를 얻고 싶었어
기록을 계속하다 보면 오늘 날짜의 부피가 생긴다
그렇게 포개지는 일상들은 딱히 변화를 선물하지 않았다
그러다 올겨울 그녀가 내게 다가왔을때
우리가 서로 사랑을 나누었을때
그 날짜들은 더 이상 균일한 평안함으로 쌓이지 않고
오늘의 부피는 이전과는 달라졌다
내년 겨울부터는 더 달라지겠지
내가 아직 알지 못하듯 이제 다가올 겨울의 부피
수일간 책방 문을 닫는다는 공지를 띄웠다
신경이 팽팽히 당겨진 활시위같다
잠시 내려놓고 쉬어가기로
내가 날 아주 오랫동안 좋아한 사람의 눈을 알고 있어서
행복은 그래요
여려운 거예요
하지만 당신도
아침에 눈을 뜨고 하루를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그렇게 묵묵히 오늘을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그 어려운 행복을
누군가에게 주고 있을 거라고
우린 참 누군가에게 감사한 사람
저도 모르게
그런 사람
어디선가 그토록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수고한 당신
감사한 당신
오늘도 부디 굿나잇
.
.
.
살아간다는 거는
그 어떤 길을 선택해서 가더라도
작은 고랑 하나 절로 생겨나
처음인 듯 아닌 듯 다듬으며 살아갈 거 같은데
하지 않았기에 그나마 지금의 나로
혹은 버티어 갈 수 있지는 않았을까
발 빠른 포기가
지금의 나로 살아갈 수 있었던 밑거름은 되지는 않았을까
사람은 그 어떤 형태의 삶을 취하더라도
길 끝에서 가져지는 회한 하나쯤
깊은숨과 함께 내쉬어질 거 같은데
삶이란 때론 온전한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가게
내 버려 두지는 않는 거 같더라
인생이란 놈은
굴곡으로 얼룩 져야 제 본분을 다하는 듯
연속으로도 매몰차게 밀어붙이더라
스쳐 지나갈 수 있는 상처는
자신을 돌아보는 열매의 씨앗이 된다 하더라도
깊이 패여버려 치료하기조차 힘들어지는 습윤한 상처는
곪은 채로 그대로 방치되는 거 같더라
그래도 아프면 아프다고 소리칠 수 있을때가
그또한 행복이더라
얼마를 살았나
그래도 살다보니
망연히 멍청히
모른 척 아닌 척
삶의 기술을 깨우쳐 가는 거 또한
인생이더라
바싹 마른 가슴 끌어안고 산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푸른 싹 하나 피어나듯
때로는 이게 행복이지 싶을 때도 생겨나더라
그래
그렇지
그런거 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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