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

내 봄날에 찾아왔던 그 따스함..

하농17 2020. 5. 27. 10:32

 

 

넌 따뜻한 게 뭔 줄 아니

그녀가 물었고 난 대답했다

내 차가운 손이 너의 차가운 손에 닿아

우리 둘 다 뜨거워지는 것이라고

외로움이 외로움을 만나 아늑함이 되고

슬픔이 슬픔을 만나 기쁨이 되고

서늘한 바람이 서늘한 바람괴 부딪쳐

포근한 눈이 되는 것이 바로 따뜻한 것이라고

 

 

 

 

 

할머니 사진이 왜 저기에 있어

보고 싶어서

 

 

 

 

 

무엇이든 오래 되다보면 흠도 생기고 상처도 생겨

완전무결한 관계는 없다고 생각해 금이 가면 좀 어때

상처 좀 주고받으면 그건 또 어때

우린 다 완벽하지 않아

 그래서 서로한테 미안해야 될 일들을 만들고

또 사과하고 다시 고치고

그러면서 사는 거야

내가 너한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기는 했지만

난 정말 다시 기회를 얻고 싶었어

 

 

 

 

 

 

기록을 계속하다 보면 오늘 날짜의 부피가 생긴다

그렇게 포개지는 일상들은 딱히 변화를 선물하지 않았다

그러다 올겨울 그녀가 내게 다가왔을때

우리가 서로 사랑을 나누었을때

그 날짜들은 더 이상 균일한 평안함으로 쌓이지 않고

오늘의 부피는 이전과는 달라졌다

내년 겨울부터는 더 달라지겠지

내가 아직 알지 못하듯 이제 다가올 겨울의 부피

수일간 책방 문을 닫는다는 공지를 띄웠다

신경이 팽팽히 당겨진 활시위같다

잠시 내려놓고 쉬어가기로

 

 

 

 

 

 내가 날 아주 오랫동안 좋아한 사람의 눈을 알고 있어서

 

 

 

 

 

행복은 그래요

여려운 거예요

하지만 당신도

아침에 눈을 뜨고 하루를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그렇게 묵묵히 오늘을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그 어려운 행복을

누군가에게 주고 있을 거라고

우린 참 누군가에게 감사한 사람

저도 모르게

그런 사람

어디선가 그토록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수고한 당신

감사한 당신

오늘도 부디 굿나잇

.

.

.

 

 

 

살아간다는 거는

그 어떤 길을 선택해서 가더라도

작은 고랑 하나 절로 생겨나

처음인 듯 아닌 듯 다듬으며 살아갈 거 같은데

하지 않았기에 그나마 지금의 나로

혹은 버티어 갈 수 있지는 않았을까

발 빠른 포기가

지금의 나로 살아갈 수 있었던 밑거름은 되지는 않았을까

 

사람은 그 어떤 형태의 삶을 취하더라도

길 끝에서 가져지는 회한 하나쯤

깊은숨과 함께 내쉬어질 거 같은데

 

삶이란 때론 온전한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가게

내 버려 두지는 않는 거 같더라

인생이란 놈은

굴곡으로 얼룩 져야 제 본분을 다하는 듯

연속으로도 매몰차게 밀어붙이더라

 

스쳐 지나갈 수 있는 상처는

자신을 돌아보는 열매의 씨앗이 된다 하더라도

깊이 패여버려 치료하기조차 힘들어지는 습윤한 상처는

곪은 채로 그대로 방치되는 거 같더라

그래도 아프면 아프다고 소리칠 수 있을때가

그또한 행복이더라

 

얼마를 살았나

그래도 살다보니

망연히 멍청히

모른 척 아닌 척

삶의 기술을 깨우쳐 가는 거 또한

인생이더라

 

바싹 마른 가슴 끌어안고 산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푸른 싹 하나 피어나듯

때로는 이게 행복이지 싶을 때도 생겨나더라

 

그래

그렇지

그런거 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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