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적

타인의 방

하농17 2012. 1. 9. 09:57

 

 

 

 

 

그녀에게는 큰방이 있다

그녀가 일구어낸 이쁘고 자랑스러운 방에서

애들이 잘 자라주고 자상한 남자가 건강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런 그녀의 방에 한번씩 또 다른 방이 기생해 살아가는거 같다

가족이라고 울타리 씌어진 방에

또 다른 타인의 방을 들여놓는다는거

어떤일인줄 알기에

그녀는 그방이 소리없이 들어와 있는걸 느끼면

내어몰기 바쁜거 같다

 

또 내어놓고

또 들여놓고

수없이 반복하기 오랜날

그녀의 삶의 방식이 방과함께 형성되어지는거같다

 

오래전의 바래진 그 방이 들어올때면

그녀의 삶은 나락으로 치닫는듯

모든게 정지되어 버린듯 하다

 

힘들게만 진행되는 시간들이 있었고

새로운 사실을 받아 들이기보다는  도리질하기에 바쁜거 같다

기억의 뭉치들이 다시 나가고

 

 다시금 시작되는 큰방에서의 일과에 열중하는 그녀가 보이지만

그또한 그녀의 가면을 쓴 모습이 역력하다

 

어떤게 그녀의 모습인지 그녀 조차 모르는거 같다

 

반복되는 삶에서

다져지고 다져지는 순화된 마음이 아니라

 허무하다는 인생의 자연스런 원리조차 피하고자 했던

그 마음들이 서서히 자리잡아가

공허함만이 남아있는거 같다

 

그녀가 큰방에서 지쳐갈 즈음

찾아지는 마음 한 귀퉁이의 작은방을 어느날

내치지 않은채 옆에 두고자했단다

 

혼잣말이 그러더란다

큰방을 위해 살아가라고

한번씩 힘들어지면

한번씩 울고 싶어지는날이 생기면

조용히 들어와서 쉬어가라고

아무것도 원하지 않고 바라지 않고

그 자리 그대로 남아있겠다고..

 

그녀또한 그런 생각이 들더란다

내치려 내치려했던 그 마음들이 얼마나 더 힘들었는지

세월에 맡긴다는 말도

허상속에 나를 무조건적으로 던져놓았던거는 아니었는지

 

돌아보지 않으려 애쓰지도 않을뿐더러

작은방에 들어가서 쉬고 싶으면 쉬는대로

그냥 그런대로

어디엔가 흘러 흘러 어디에 도착해있을때면

어느 정점에 도달해있지 않겠느냐고

무념무상이 될때 쯤이면 큰방 작은방 모두 다스릴수 있지 않겠느냐고

그렇게 세월 흘러 흘러 가 보자고..

.

.

.

 

 그녀에게 있어 작은방은

생각속에 갇혀져 버린 추억이라는 굴레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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