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엄마 지금 나는..

하농17 2018. 9. 17. 10:37






어슴푸레 의식이 깨어나는 새벽녘이면

밤새 엄마 생각을 한 거처럼

자는 내내 엄마를 끌어안은 거처럼

내 머릿속에서는 후회의 한숨들로 넘쳐난다


울지 말 것을

내 울음소리에 내가 깨어나 엄마를 잃어버렸다

틀림없이 엄마였는데

형체가 불분명했지만 엄마였을 거라며

조금만 더 가까이에 다가갔으면

엄마 목소리라도 들을 수 있었을 텐데 하며

나는 또 소리 죽인 흐느낌이 일어난다


내 엄마는 영원히 건강하게 내 곁에서 살아갈 줄 알았다

그 어떤 투정과 하소연을 해도

눈물로서 끄덕임으로 다 받아주는 사람이었다

근데 그런 엄마가 한 줌의 재로 남겨져 이제는 어디를 둘러봐도 없다


이미 지고 만 아파트 벚꽃길을

엄마가 잘 다니던 길을 걸어봐도

엄마는 내 이름을 부르며 나타나지를 않는다

어디엔가 우리 엄마가 밟고 다녔을 흔적들이 있을 텐데도

내 눈에는 보이지를 않는다


엄마도 여자였는데 왜 나는 지금에서 엄마 인생이 돌아봐 질까

그 쓸쓸했을 삶이 왜 지금에서야 생각이 나는 걸까

아이들한테는 그리 쉽게 하던 사랑한다는 말을

왜 내 엄마한테는 그리 인색했는지

왜 그리 아꼈는지

마음은 그게 아니었는데







엄마

39살 딸을 암으로 보냈다는 어느 어르신이 그러더라

속엣것을 다 토해내라고

그러면 지금보다는 살기가 수월해질 거라고

그 어르신은 하나님 나라가 있다는걸 믿기에

딸이 그곳에서의 삶이 더 행복할 거라고 자기는 믿고 있다고


근데 나는 잘 모르겠다

나는 종교가 딱히 없는 거 같다

이거는 이래서 좋고 저거는 저래서 좋은 거 같으니


엄마가 너무 못 먹고 가서 잘 먹었으면 좋겠고

아버지 막내 오빠 외할머니 만나서 웃음 누리며 살았으면 좋겠고

한 번씩 내 꿈결에 나타나서 말없이 가지 말고

내 옆에 조금 많이 있다 갔으면 좋겠다


엄마

사업하다 마음 상한 세 명의 오빠들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던 행동들

그 큰 장의차에 우리 6명만 있었다는 사실

그 서러웠던 현실에

그래도 저거들이 잘 살면 된다고 하던 그동안의 내 의식이

엄마가 떠나고 나니 내 생각들이 지금 반란을 일으키고 있는 거 같다


왜 엄마한테

왜 부모한테

언젠가는 내 생각들이 정리되는 날이 있겠지

다듬어 질날이 있겠지

엄마 나는 잘살아갈 수 있을 거다






근데 참 이상하지

호상이라고 말들 하며

이제는 잊으라고 위로하듯 강요하는 사람들

자기들 엄마는 엄마보다 더 나이가 많은데도 살아있는데


부모의 상은 헤어짐은 호상은 없는 거 같더라

살아있는 자들의 위안일 뿐이지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잘 모를 것도 같지만

한 귀퉁이가 아니 모두를 떼어낸 듯한 아픔이 온다는 것을


보고 싶어지면 보고 싶은 대로

생각이 나면 나는 대로

눈물이 나면 나는 대로 실컷 울어도 보고

그렇게 엄마 생각할 거다


우리 엄마 내가 생각 안 하면 누가 생각하누

엄마

근데 우리 엄마 참 보고 싶네

이제는 엄마라는 엄자에도 눈물이 푹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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