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0월 16일 공원에서 만난 가을.. )
MP를 다시 충전했다
충전기도 이어폰도 책상서랍에서 선뜩 찾아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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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만인가
일년이 지났을까
아니 더 되었나
좀 주고 샀는데
요즈음에는 얼마 안한다고 하니
그또한 오래 되어가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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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과 동행하며 공원을 걷고 있다
어떻게 설명을 하면
이 가을을 가장 잘 표현이 되었다고 할까
그 공기
그 바람
그 온도
그 적요
숲에서 나는 냄새
살갗을 간지럽히는 햇살
높고 푸르고 붉은 요술쟁이 하늘
가슴 저 밑바닥에서 스멀 스멀 올라오는 이 계절의 환희
느끼고 깨달아 가는 이 감성
발끝에서 얼굴까지 전해져 오는 핼쓱한 서늘함
쓸쓸함의 미학
생명의 감사함
이 가을이 조곤 조곤
소곤 소곤 내게 내는 소리인듯 하다
어머니가 큰 TV를 샀다
우리도 사자고 한다
아직 고장도 안나고 멀쩡한데
그리고 누가 그리 본다고
바꿀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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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TV가 슬퍼지지 않을까
자기가 늙었다고 갖다 버린다고 하면
자기보고 그러면 좋겠나
TV가 진짜 나를 보고 슬픈 미소 지으며 말을 하는거 같다
웬지 내 마음이 더 서글퍼지는거 같다
우리집 세명은 나만 빼고 공대생이다
나만 혈액형이 틀리고
나만 성도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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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전기 기사
전기 공사
전기 소방
태양광
다 1급 자격증이 있는데
(남편은 나라가 위급할시 국가 동원령에 해당된다고
한번씩 어디라며 확인도 하러 오던데.. )
지금 딸려는 두 자격증은 다른 시험이라고 하는데
전국적으로 몇십명 밖에는 못 걸린다고 하는데
1차를 얼마전에 하루에 두 번 쳤으니
두가지를 따는건가
에휴 들어도 요즈음 내가 정신이 없다
일단 다 걸렸다
두 과목을 치고 걸렸다고 했으니
이제 2차 두개 자기가 쓰는 시험이란다
토요일 일요일 새벽에 도서관에 갔다
그 어려운 수학공식으로 이루어진
그 두꺼운 책을 보다니
다 알겠나 히니
웃으며 아니까 하지 한다
에고 그러니까 남편은 겁없이 잘도 치루어낸다
다른 자격증들도 공부도 하는거 같지 않더니
다 한번만에 다 걸렸으니
나 뭐 시험칠거다
자기가 하고 싶으면 해라
오늘 시험치러 간다
시험 잘 쳤나
응
걸렸더라
진짜
나는 그렇게 말을 맺은듯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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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내 사랑하는 남편
아마 하늘에 계시는 아버님이 도와주실꺼다
내 아들 얼마나 열심히 착하게 잘 살아온줄 아니까
틀림없이 우리들 보고 계실꺼다
아버님
아버지 잘 살고 계시지요
별일 없지요
은이 현이도 돌봐주세요
현이를 많이 많이 보살펴주세요
아버님은 다 들어주실거 같아서
이렇게 염원하고 빌고 있어요
아버님 많이 그립고 보고프네요
그 목소리 아직 귀에 쟁쟁한데
그 모습 눈에 선한데
이럴줄 알았으면
이런 마음 들줄 알았다면 좀 많이 보아둘것을
이제 안 울려고 했는데
왜 이리 보고프지요
이제 누구보고 아버지라고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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