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가을이 내는 소리..

하농17 2014. 10. 21. 10:37

 

 

 

(2014년 10월 16일 공원에서 만난 가을.. )

 

 

MP를 다시 충전했다

충전기도 이어폰도 책상서랍에서 선뜩 찾아 내었다

.

.

.

 

얼마만인가

일년이 지났을까

아니 더 되었나

 

좀 주고 샀는데

요즈음에는 얼마 안한다고 하니

그또한 오래 되어가나 보다

.

.

.

 

음악과 동행하며 공원을 걷고 있다

어떻게 설명을 하면

이 가을을 가장 잘 표현이 되었다고 할까

 

그 공기

그 바람

그 온도

그 적요

 

숲에서 나는 냄새

살갗을 간지럽히는 햇살

높고 푸르고 붉은 요술쟁이 하늘

 

가슴 저 밑바닥에서 스멀 스멀 올라오는 이 계절의 환희

느끼고 깨달아 가는 이 감성

발끝에서 얼굴까지 전해져 오는 핼쓱한 서늘함

쓸쓸함의 미학

생명의 감사함

 

이 가을이 조곤 조곤

소곤 소곤 내게 내는 소리인듯 하다

 

 


 


어머니가 큰 TV를 샀다

우리도 사자고 한다

아직 고장도 안나고 멀쩡한데

그리고 누가 그리 본다고

바꿀려고

.

.

.

 

그러면 TV가 슬퍼지지 않을까

자기가 늙었다고 갖다 버린다고 하면

자기보고 그러면 좋겠나

TV가 진짜 나를 보고 슬픈 미소 지으며 말을 하는거 같다

 

웬지 내 마음이 더 서글퍼지는거 같다

 

 

 

 

 

우리집 세명은 나만 빼고 공대생이다

나만 혈액형이 틀리고

나만 성도 다르다

.

.

.

 

남편이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전기 기사

전기 공사

전기 소방

태양광

다 1급 자격증이 있는데

(남편은 나라가 위급할시 국가 동원령에 해당된다고

한번씩 어디라며 확인도 하러 오던데.. )

 

지금 딸려는 두 자격증은 다른 시험이라고 하는데

전국적으로 몇십명 밖에는 못 걸린다고 하는데

 

1차를 얼마전에 하루에 두 번 쳤으니

두가지를 따는건가

에휴 들어도 요즈음 내가 정신이 없다

 

일단 다 걸렸다

 두 과목을 치고 걸렸다고 했으니

이제 2차 두개 자기가 쓰는 시험이란다

토요일 일요일 새벽에 도서관에 갔다

 

그 어려운 수학공식으로 이루어진

그 두꺼운 책을 보다니

다 알겠나 히니

웃으며 아니까 하지 한다

 

에고 그러니까 남편은 겁없이 잘도 치루어낸다

 

다른 자격증들도 공부도 하는거 같지 않더니

다 한번만에 다 걸렸으니

 

나 뭐 시험칠거다

자기가 하고 싶으면 해라

오늘 시험치러 간다

시험 잘 쳤나

걸렸더라

진짜

 

나는 그렇게 말을 맺은듯 했다

.

.

.

 

자기

내 사랑하는 남편

아마 하늘에 계시는 아버님이 도와주실꺼다

 

내 아들 얼마나 열심히 착하게 잘 살아온줄 아니까

틀림없이 우리들 보고 계실꺼다

 

아버님

아버지 잘 살고 계시지요

별일 없지요

 

은이 현이도 돌봐주세요

현이를 많이 많이 보살펴주세요

아버님은 다 들어주실거 같아서 

이렇게 염원하고 빌고 있어요 

 

아버님 많이 그립고 보고프네요

그 목소리 아직 귀에 쟁쟁한데

그 모습 눈에 선한데

 

이럴줄 알았으면

이런 마음 들줄 알았다면 좀 많이 보아둘것을

 

이제 안 울려고 했는데

왜 이리 보고프지요

이제 누구보고 아버지라고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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