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그늘에 마음 베인다 / 이기철
햇빛과 그늘 사이로 오늘 하루도 지나왔다
일찍 저무는 날일수록 산그늘에 마음 베인다
손 헤도 별은 내려오지 않고
언덕을 넘어가지 못하는 나무들만 내 곁에 서 있다
가꾼 삶이 진흙이 되기에는
저녁놀이 너무 아름답다
매만져 고통이 반짝이는 날은
손수건만한 꿈을 헹구어 햇빛에 널고
덕석 편 자리만큼 희망도 펴놓는다
바람 부는 날은 내 하루도 숨가빠
꿈 혼자 나부끼는 이 쓸쓸함
풀뿌리가 다칠까 봐 흙도 골라 딛는
이 고요함
어느 날 내 눈물 따뜻해지는 날 오면
나는 내 일생 써온 말씨로 편지를 쓰고
이름 부르면 어디든 그 자리에 서서 나를 기다릴 사람
만나러 가리라
써도써도 미진한 시처럼
가도가도 닿지 못한 햇볕 같은 그리움
풀잎만이 꿈의 빛깔임을 깨닫는 저녁
산그늘에 고요히 마음 베인다..
아버지..
괜찮나
그곳에서 살기 어떻는데
막내오빠는 만났나
근데 아버지
시엄마가 아버지한테 이제는 시 아버지 데려가라고 부탁하라고 하는데
공기관만 빼면 호흡이 멈추는데
아버지..
결혼할려고 할때 시 아버지가 아버지 술 못한다고
사돈하나 있는데 하며 섭섭해 했다고 하는데
아버지 지금이라도 시 아버지 만나서 술 한잔할래
술은 배웠나
근데 이 말 하니까 되게 눈물이 난다
우리 아버지라고 내가 소리내서 부르니까
슬픔이 가득 가득
눈물이 줄줄 흘러내리는거 같다
아버지
내 아버지
그렇게 한시간만에 모든걸 버리고 가니까 좋데
자식들 가슴에 아직도 이렇게 크게 남아있으니 말이다
우리 아버지..
살아생전에 내가 한번도 높힘말을 쓴적이 없어서
말을 갑자기 올려버리면 우리딸이 아닌가 헤매이게 될거 같아서
늘 하던대로 할끼다
아버지 보고 싶다
아버지가 되게 많이 많이 그립다
내가 결혼해서
아버지가 가장 좋아했던 딸 하나가 낳은
아버지 손자 손녀랑 같이 맛있는거 먹으러 가고 싶었는데
내가 많이 많이 사주고 싶었는데
아니 단 한번만이라도
지금도 아버지랑 이게 제일 하고 싶다
.
.
.
아버지
우리 아버지
저 실날같이 숨쉬고 있는
힘들게 싸우고 있는
우리 시아버지 어떡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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