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가을애상..

하농17 2014. 11. 4. 10:37

 

    

 

                                                                                                                                           (사진출처 / )

 

어느날

여름의 끝무렵일거 같은 어느날이요

 창가에서 불어오는 바람에서

 내 몸을 감싸며 어루만져 오듯

 향긋한 풀꽃같은

촉촉한 가을 냄새가 났어요

 

그랬던거 같아요

계절의 바람속에서

체취 묻어나듯 은은해지는

향기가 난다는 생각을 하면서부터

 

가을은 내게 있어

설레임이었고

첫사랑같은 두근거림이었고

새로이 시작되는 덜컥이는 쿵쾅거림이었어요

 

너무도 사랑스런 가을이

저미도록 시린 모습으로

저를 반겨하며 초대하기 시작했어요

 

바래지는 산과 들이

그 환하게 비추우던 하늘이

너무 높고 찬연하게 보여와서

 한손을 들고 잡고 싶은

 아니 두손 모두를 들고

내 품에 한껏 끌어 안고 싶은 날들이

저만치 손짓하며 유혹하기 시작했어요

 

계절의 전부가 가을로 이루어져 있는듯

여름의 시작부터

북쪽하늘이 가을을 데려다 주기를

목 길게 늘이며 기다려 왔던 거예요

 

 

 

 

 

2

 

어느날 싱크대 오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음악방송에

김광석의 서른즈음이라는 노래가 나왔어요

 무심코 생각없이 습관처럼 자주 들었던 노래였는데

하던 일을 멈추고

가사를 되뇌이는 자신이 보여 왔어요

 창밖으로 한잎 두잎 내리던 마지막 잎새인양

허망함에 눈물이 뚝 떨어지는거였어요

 

이 가사가 이리도 내 마음을 혼란스럽게 하다니요

언제부터 였는지

오는줄 모르게 왔다가

가는지 모르게 또 다른 계절들이 반기고는 했었는데

 

이토록 절실하게

행복하게 다가 오는 이 가을이라는 계절이

내 마음을 쓸쓸한 속앓이로 옮아 매어놓는지 

휑하게 스쳐가는것이 세월만이 아니었나 봐요

 

시간흘러

세상변해가듯

내 세월의 저만치 일거 같은

아스라한 마음 들게 하는게 

아마 이 계절 이 가을 인가 봐요

 

 

 

 

 

3

 

이제는 정말 나이 들어 가는거 같다고

넋 놓듯 남편에게 이야기를 하면서

불현듯 가슴을 치고 올라오는 이유없는 억울함과 답답함에

눈시울 붉어졌던 날들이 손짓을 하고 있어요

 

가을은 온다는 기별도 없었는데

이미 내 마음속에서 자리 잡고 있었나 봐요

이번에는 쉽사리 보내지 않겠다는 허망한 다짐도 잠시

또 무심히 가버려도

그저 그 자리에서 긴 여운으로

막연한 그리움 잔뜩 안으며 또 다른 가을을 기다리고 있을거 같아요

 

영원히 내 곁에서 머물도록 붙잡고 있고 싶은 순간이

지금 이시간 이 계절인거 같아요

 

 

 

 

4

 

혼잡하던

시끄러운 소음으로 들끓던 여름이 지나고

한산해지는 거리의 모습과

생각이 많아지는 사색의 시간들이

 

고요히 옆에 머물며

쓰다듬듯 내 곁 맴돌다

바쁜듯 사라져 가는 그 무엇도

가을에는 다 특별나고 소중히 보여 와요

 

내 가슴속 묻어둔 아릿한 추억도

모두가 소중했던 기억으로

 한켠 한켠 들추듯

나를 바라보는듯 하니

가을은 이상한 계절은 맞는거 같아요

 

 

 

 

 

5

 

내게 소중했던 사람들

참으로 고마웠던 내 기억의 사람들

 

사람

사람들

  

계절이 깊어갑니다

내 미음도 짙어 가는듯 합니다..

 

 

-2014년 11월 황금빛 가을이 내려 앉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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