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지마
싫어할수도 있잖아
남편은 조심스럽게
표나지 않게 그녀를 찍어 나갔다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나기까지 한참이나
나는 서성였다
언제 부터 그린 그림이였을까
남편은 그림을 가리키며
아직도 배경이 되어 있는
저 멀리 앉아있는 붉은점의 남녀를 가르킨다
그리 오래도록
앉아있지는 않았을터
자기들이 한 사람의 화폭에 담겨져 있으라고는 생각하지 못하리라
아마 그녀는 스케치 하듯
시야에 들어오는
바닷가의 풍경들을 빠르게 그려갔는줄도 모르겠다
누군가의 눈속에서
누군가의 배경이 되어간다는거
기분좋은 일 일까
경우에 따라 다를수 있겠지만
영원히 변하지 않을
그 모습 그대로
그 풍경 그대로
살아있다는 생각든다면
그또한 마음 흐뭇해질수도 있으리라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나는 제일 신기하고
존경스러웠다
음악도 그렇듯
미술의 세계또한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 나야 된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나는 미술에는 영 재능이 없었던 터라
그림그리기가 어려웠다
초등학교때는
내 일기가 늘 애들 앞에 읽히어 졌고
그림또한 뒤에 걸려졌지만
그래도 그려내는거는 나한테는 힘든 세계였다
대학을 다니면서
하드보드지에 그려내는 숙제는
그림때문에 알게 된 친구의 과제였다
그림의 과제가 끝나면서 그 애랑도 자연스럽게 안 보게 되었지만
나는 사실 그 애의 얼굴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사귄것도 아니었고
( 어.. 이야기가 빗나갔다 )
2
그림을 그리는 사람
자기의 세계를
하얀 종이에
화폭에 그려내는 사람
마법을 거는거 같았다
같은 손이요
바라보는 눈길은 같을진데
어찌 그리 멋스럽게 표현해내고 담아내는지
나는 다시 태어난다면
그림을 아주 잘 그리는 여자로도 태어나고 싶다
3
그녀는 아주 담담했으며
손놀림은 아주 침착했으며
주위의 시선에도 아랑곳 하지 않았으며
그림을 다 그린듯
할일을 다 마친듯
앉았던 보조 의자를 접고
조용히 사진을 찍던 우리들의 모습을 확인하고 그 자리를 떠났다
나는 사실 겁이 좀 났었다
사진찍히는걸 싫어하는 사람일수도 있었으니
그것도 처음 본 낯선 사람이었으니
남편과의 외출에서
바닷가 백사장을 거닐면서
팔짱을 끼고 이야기를 하면서
깔깔거리면서 안겨도 보고
하루가 그녀로 인해
아니 우리 둘로 인해 흐뭇해진 하루가 되었다..!
'산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ㅎ 가사 이쁘다.. (0) | 2012.10.15 |
---|---|
승학산 억새밭 (0) | 2012.10.10 |
어떡해 하늘은 저리 푸르고 높아졌는데.. (0) | 2012.09.19 |
첫 발자욱.. (0) | 2012.09.14 |
Magic Love / Herb Ernst (0) | 2012.09.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