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포기하고
또 무언가를 포기해야겠다 생각하고 나서
두 남자가 산책하는 영화를 본다
목적지가 있는 것은 산책이 아니라는 대사가 귀에 들어온다
가끔은 목적지 없이 걷는 것도 좋겠지 하다가
대부분은 목적지 없이 그냥 걷자 마음을 바꾼다
그렇게 걷다가
하염없이 쓸쓸해져서
작은 가게에 들러 충동적으로 작고 예쁜 것을 산다
기특하다 눈에 보이는 예쁜 것들은
기특하다 돈을 주고 살 수 있는 것들은
기특하다 가만히 매달려 어떤 허전함을 아주 조금 메워주는 것들은
기특하다 잃어버려도 아쉽지 않은 것들은
기특하다 쓸쓸함의 자리를 완전히 빼앗지 않고 조용히 나를 감싸주는 것들은
황경신 한뻠노트 / 생각이 나서
041. 기특하다
쌓았다 부서지는 모래성처럼
오늘의 내 기특함이
내일은 또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때 생긴다
내 기특함은 어디에서 기인하고 또 사라지는지
어떻게 나를 다독이며 살아가는게 현명한지
얼마나 더 멍청해지고
얼마나 더 살아가야 내가 더 잘보여 오는지
아직은 뭐가 뭔지
잘했어 하다
또 다시 라는게 생겨날련지
또 하루
그래도 어제의 내가 아니겠지
.
.
.
기특하다 쓸쓸함의 자리를 완전히 빼앗지 않고
조용히 나를 감싸주는 것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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