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저문 강에 삽을 씻고 / 정희성

하농17 2014. 1. 16. 10:37

 

 

 


 

흐르는 것이 물 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가는 강을 보며
쭈그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샛강 바닥 썩은 물에
달이 뜨는구나

 

 

우리가 저와 같아서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먹을 것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
다시 어두워 돌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