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마른잎 두드리는 빗방울 하나 / 프랑시스 잠

하농17 2014. 1. 21. 10:37

 

 

 

 

 

마른 잎 두드리는 빗방울 하나
느릿느릿 오래도록 그 빗방울은 늘 한 장소에서
두드리고 다시 또 일념으로 두드린다


초췌한 이 마음을 두드리는 그대 눈물 한 방울
느릿느릿 오래도록 그 괴로움은 늘 한 장소에서
시간처럼 집요하게 소리 울린다


하지만 그 잎과 마음에는 밑빠진 공허가 안에 들어 있기에
나뭇잎은 빗방울을 끝없이 받아내고 견딜 것이다
마음도 송곳같은 그대를 끝없이 받아내고 견딜 것이다

 

 

 

프랑시스 잠

 

은유 순박 겸손의 상징인 나귀를 사랑하고 자주 타고 다녔다는

프랑시스 잠Francis Jammes(1868-1938)은 일생을 남프랑스의

피레네 산록에서 살면서 자연과 동물과 농민과 신을 노래산 자연 시인이다

그는 스페인과 프랑스의 접경인 오트 피레네의 투르네에서 태어나

보르도에서 중학 공부를 마치고 오르테즈라는 작은 고을에 정착하여 어머니와 함께 살았다

잠은 어느 공증인 사무소의 서기로 일하며 간간이 시를 썼다

23세 때 두 편의 단행 시집을 인쇄하여 파리의 여러 시인들에게 보냈는데

이는 말라르메의 찬사를 얻었고 앙드레 지드의 권고와 도움으로 출판되었다

그러나 시인의 개성이 뚜렷이 나타나고 훌륭한 시인으로서의 위치를 굳히게 된 것은

그가 제1의 시집 <새벽 기도 종부터 저녁 기도 종까지>와 제2의 시집 <앵초의 상>을 출간한 이후다

이 책들의 출현은 새로운 시와 시인의 탄생을 고하는 것이었다

빈 내용과 난삽한 표현을 일삼던 상징주의 말기의 시에 대해 그의 시는

프랑스 시의 청순하고 소박함을 회복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그는 시 속에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끼고 머리에 떠오르는 진실을 단순하고 소박하게

그리고 천진스럽고 따스한 마음으로 표현했다

실제로 이 시기를 전후하여 소위 잠주의라는 문학 운동이 일기까지 했다

이는 당시 문학의 주류를 이루던 현학적이며 기교적이며 지나치게 지성적인 시가에 대해

단순하고 자연스럽고 평이한 시를 주장한 것으로 문학상의 일종의 자연주의였다

잠의 순진하고 단순한 시와 그의 민중적인 주장은 당시의 너무나 고답적이며 애매하고

난해한 시에 불만과 혐오를 느끼던 독자와 세대에게는 마치 청순한 샘물과 같아 앞을 다투어

그의 시와 글에 목을 축였으며 오르테즈 마을에 은거하는 이 자연 시인에게 경이와 찬탄을 보냈다

이 동안 잠은 고향의 자연 속에 묻혀 동식물의 연구를 하는 한편

작품도 써 <엘레뵈즈의 클라라> <에트르몽의 알마이드> 등의 몇 편의 아름다운 단편 소설도 썼다

그러나 그의 제3시집 <하늘의 푸른 공간>을 중심으로 하여

그의 시는 차츰 정신화하고 기독교화한다

원래 잠의 시 세계는 전체적으로 천진난만하고 밝고 깨끗하나 그 배후에는 일말의 불안과 우수가 있었다

고독의 비애와 영원한 것에 대한 그칠 줄 모르는 그리움이 있었다

이러한 슬픔과 불안과 고민을 통하여 신앙으로 향하는 마음의 행로가 전기한 시집 가운데 뚜렷이 나타난다.

그는 선량하고 겸손했고 사랑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즉 신의 은총이 필요했다

잠은 전깃줄 위에 앉은 제비들의 슬프고 불안한 모습 가운데

그리고 그들의 남국에 대한 동경 가운데 자신의 불안과 신앙에 대한 욕구와 향수를 느꼈다

그리고 그의 괴로운 영혼과 신과의 대화를 '시인은 영혼의 숲에서 단 혼자다'에서 감동적으로 그리고 있다

결국 평생의 친구인 클로델의 정신적 도움과

어느 일요일 보르도의 대성당에서 영적인 체험을 통해 그는 가톨릭 교도가 되었다

이리하여 무의식적인 기독교인이었던 잠은 이후부터 시와 신앙을 조화시킨 종교적 신비적인 시인이 되었다

그는 자연을 사랑함으로써 자연 가운데 있는 초자연적인 것을 깨달으며

그의 주위에 있는 가난하고 보잘것없는 사람들과 그들의 일에서 정신적인 종교적인 가치를 찾았다

이리하여 잠은 1919년 '기독교 농사시'를 발표하여 계절에 따라 변하는

자연 가운데 대지는 종교적인 가치와 그들의 생활이 가지는 신비로운 뜻을 소박하고 단순한 아름다움으로 표현했다

르네 랄루가 그를 가리켜 '우아의 시인이며 은총의 시인'이라고 한 것은

잠이 자연을 사랑하는 시인으로부터 종교적인 세계에 이르렀다는 것을 말한다

시인은 차츰 늙어갔다. 50을 넘자 그의 머리와 가슴까지 내려오는 수염은 눈같이 희어졌다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오르테즈의 백조'라고 했다

1921년 그가 고향을 떠나 아스파랑으로 이주하자 이곳 사람들은 그를 '아스파랑의 양'이라고 했다

그동안 늦게나마 결혼을 하고 가정과 많은 어린애들을 거느린 그는 가장적인 풍모를 띠었고

종교적 회심과 더불어 안정과 안주의 심경을 찾았다

이동안에 그는 몇 권의 종교적 시집과 철학적인 <4행 시집> 및 몇 편의 소설도 썼다

클로델은 그의 <4행 시집>을 잠의 최고 걸작이라고 했다

70년의 생을 피레네 산록에서 자연과 가축들과 소박한 시골 사람들과 어울려 살며

 명상과 신앙과 시작으로 지낸 이 시인은 1938년 11월 1일 5개월의 투병 끝에 눈을 감았다

이 날은 그가 그의 시에서 기원했듯이 아름답고 깨끗한 날씨였다

 

애가 
- 프랑시스 잠 -


당신이 - 내 사랑이여 - 하고 말하면
나도 - 내 사랑이여 - 하고 대답했다

당신이 - 눈이 오네 - 하고 말하면
나도 - 눈이 오네 - 하고 대답했다


당신이 - 아직도 - 하고 말하면
나도 - 아직도 - 하고 대답했다

당신이 - 이렇게 - 하고 맣하면
나도 - 이렇게 - 하고 대답했다


그리고선 당신이 - 난 네가 좋아 - 하고 말하면
나는 - 난 당신보다 더 - 라고 대답했다

당신이 - 여름이 가는군 - 하고 말하면
나는 - 이젠 가을이에요 - 하고 대답했다


그리고 나선 우리들의 언어도 달라졌지
마침내 어느 날 당신이 말하기를
- 오 내가 당신을 얼마나 사랑하는데


그래서 나는 대답했지
- 다시 한번만 더 말해 줘요

 

 

 

 

장미로 가득한 집
- 프랑시스 잠-


집은 장미와 꿀벌로 가득하리라
오후 만찬의 종소리 들리고
투명한 보석 빛깔 포도알이
느린 그늘 아래 햇살을 받으며 잠든 듯 하리라

아 그곳에서 그대를 마음껏 사랑하리 나는 그대에게 바치리
온통 스물 네 살의 마음을 그리고 내 조소적인 정신과
프라이드와 백장미의 나의 시를
하지만 나는 그대를 알지 못하고 그대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만일 그대가 살아있다면
그대가 나처럼 목장속 깊이 있다면
황금빛 꿀벌아래 웃으며 우리 입맞추리라는 것을

시원한 시냇물가에서 무성한 잎사귀 아래서
귀에 들리는건 오직 태양의 열뿐
그대의 귀엔 개암나무 그늘이 지리라

그러면 우리는 웃기를 그치고 우리들의 입술을 입맞추리
말로는 말할 수 없는 우리들의 사랑을 말하기 위해
그리고 나는 발견하리라 그대 입술의 루즈에서
황금빛 포도와 홍장미와 꿀벌의 맛을

 

 

 


순박한 아내를 위한 기도
- 프랑시스 잠 -


주여 내 아내감이 될 여인은
겸손하고 온화하며 정다운 친구가 될 사람으로 해 주소서

우리 잠잘 때에는 서로 손 맞잡고 잠들도록 해 주소서
메달이 달린 은 목걸이를 그녀 가슴 사이에
보일듯 말듯 목에 걸도록 해 주소서

그녀의 살갗은 늦여름 조는듯한 자두보다
한결 매끄럽고 상냥하며 보다 더한 금빛으로 빛나게 해 주소서

그녀의 마음 속에는 부드러운 순결이 간직되어
서로 포옹하며 말없이 미소짓도록 해 주소서

그녀는 튼튼하여 꿀벌이 잠자는 꽃을 돌보듯
내 영혼을 돌보도록 해 주소서

그리하여 내 죽는 날 그녀는 내 눈을 감기고
내 침대를 움켜 잡고
흐느낌에 가슴 메이게 하며
무릎을 꿇는 그 밖의 어떤 기도도
내게 주지 않도록 해 주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