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풍경
언제나처럼 점심을 먹고 공원으로 향했다
그날따라 가을의 절정인양 아주 이쁜 단풍잎들이 발길을 스치고 있었다
통나무가 이어지던 길에서 멈추어서 잎들을 주워서 수첩갈피에 소중히 넣었다
이 낙엽들의 쓰임이 얼마나 많은줄 아니
내 식탁유리에다 넣을거고
내 화장대 유리밑 사진옆을 장식할테고
내 책갈피에 넣어두면서 펼칠때마다 얼마나 멋진 풍경들을 자아내게 하는데
친구는 그러는 내가 부러운건지
한심해보이는건지
에고 하면서 이쁜 낙엽들을 주워다 준다
한참이나 통나무로된 길에서 서성이다 산으로 향했다
이러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올라가는 낯익은 그 길은
일순간 그리움도 추억도 만들어낸다
친구에 대한 예의가 아닌거 같아 요즈음은 엠피를 가지고 가지를 않는다
내 옆에 사람이 없는양 음악을 들으면서 각자의 생각들을 가지고 가는 동안
서로가 일순간 혼자라는 느낌이 싫을때도 있었으리라
어느덧 해가 지는거 같아 서둘러 내려 오면서
공원입구에서
노란 은행잎들을 발견했다
무심코 허리를 수그리고 이쁜 낙엽들을 골랐다
어떤 남자가 다가온다
은행잎을 내밀면서 "여기에도 괜찮은게 있네요, "참 좋아보입니다. 하면서 준다
아무 생각 없이 고맙습니다 하고 받았다
내 친구는 멍하니 바라보고 있고 수첩에다 넣고 길을 재촉했다
입구에 다다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남자였나보다
같이 밥 먹으러 갑시다
틀림없이 그런 말을 들었는데
귀에 들어옴과 동시에 발걸음을 빨리했나 보다
친구도 말이 없었고
우리가 잘 가는 밥 집에 들러 밥을 먹고 집으로 왔다
그리고 일주일 뒤
다시 산을 향해 가면서 친구가 그런다
그때 그 남자가 입구에서 기다린거 아느냐고
응..!
왜..?
나는 니가 말을 안하고 가길래 못들었는줄 알았단다
아니 들었지만 뭐라고 대꾸해야되는지도 모르겠더라
먹는거 그리 연연해하는 사람도 아니고
뭐 먹자고 만나자는 사람 그리 즐겨하지 않았던거 같고
멀쩡하게 생긴 사람이
근데 나는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다
근데 그 사람은 좋겠다
왜
하고 싶은말 하고 사는거 참 좋다는 생각이 들어서
잠시 잠깐 본 사람한테 말을 걸수 있다는거 대단한 용기 아닌가
나는 좋아지던 사람
옆에 있어달라는 말한마디 못하고 놓아버렸는데
두손 들어가 있는거 알았지만
두발까지 들어가 있었던건 나중에 알았으니
근데 밥 먹자고하는 사람 우리들 기억이나 하겠니
그럴려니 하면서 옷 한번 훌훌 털고 갔을걸 아마
아직도 그러니
응..?
아니..!
근데 그게 그런거 아니겠니
누군가는 기억해야될거 같아서
애쓰서는 아니지만
저녁노을이 서산머리에 걸려있을때면
바람이 안개처럼 옆을 스쳐 지나갈때
계절에 진한 향기가 느껴질때
스산한 기운들에 의해 생각이 나는게 아니겠니
아마 우리들이 추억이라는 단어를 안고 살 나이가 되어가서 그러지 않나 싶다
내 지나온 모든 날들이 그리움이라는 생각이 든단다
그러니 그립기도 하지
세월의 나이만큼
더해지는 숫자의 나이만큼
내 감정만은 줄어들었으면 좋겠다
그치만 그거또한 아닌거 같지
기억한다는거
기억해준다는거
누군가의 기억속에서 살아있다는거
기분좋을거 같니
나는 그럴거 같다
어떤이의 기억속에서는 잊혀지길 바라고
또 다른 어떤이에게는 아련함으로 남아있길 바라고
그또한 인간이 만들어 낼수 있는 이기심이겠지
그래도 내 소망은 줄어진다는거는 알수가 있더라
하루를 꼬박 앓고나서
침대에서 일어날때는 많이 커 있는 내 모습이 보이는 날도 있으니
그렇게 그렇게 우리는 인생을 엮어갈거 같지 않니
그냥 살자고 하면서도
그또한 내 모습이 아닌거 같아 숨죽이고
숨 막혀 하면서도 입 다물고 있는 자신이 여기에 서있고
그래 어떤게 자신의 모습일거 같니
존재감 어디에다 두고서
자식건사하고 남편보필하는 여느 아낙처럼
나또한 너보고 니 이름 부르기보다 니 아들 이름부르는거 보고
우리들 여자로 내 하나의 객체로 살아가고 싶다는 소망
가슴속의 작은 외침에 불과하지 않았는지
니는 틀림없이 여자인데 나는 너를 남자이름으로 부르는거
그또한 하지 말자
근데 몇년이나 습관처럼 불렀던
아이들 이름 버리고 자기 이름을 찾는다는거 참 많이 어색하다
나또한 내 이름을 누가 불러준다는거
그또한 남의 이름같이 낯설게 느껴질때 생기니
아마 타성에 젖어 숙명인양 일어설줄 모르고
받아들이는 여기 이땅의 현실속 여자들의 일상의 대물림이 아닌지
오늘이 내일과 별반 다르지 않듯 무탈하게 흘러주는게 큰 행복인지 알았고
그또한 참 행복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으니
ㅎ 우리 이제 정말 나이들어가나 보다
어느 70대의 할머니가 69살과 70살의 차이가 이리 크게 느껴지냐고
세월아 너만 가면 안되겠니 하고
푸념아닌 푸념에 눈시울 뜨거워져 코가 맹맹해져올때까지 울었던적 있었으니
여자의 일생같은 전철을 우리도 그 수순대로 밟고 가는거 같다
그리울때 그리워하자
그리움이 꼭 남녀간의 사랑만은 아닐테니
아주 많은 세월이 흐르면
정말 세상에 남겨져도 좋을 추억으로 기억으로
무상하게 서로를 보아줄날 생길날 있지 않겠니
서로의 모습 측은하게 보아진다면
그또한 성공한 인생이라는 생각이 든단다
ㅎ 요즈음 말을 놓고 살았더니 이렇게 글이 길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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