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에는 항상 말린 꽃이 있었다
친구들은 병원에 들릴때마다 꽃과 책을 사왔고
나는 그 꽃들을 하나씩 둘씩 말리기 시작했다
색색의 꽃들을 사 오면서
나는 연한 꽃들이 말리면 이뻐진다는거를 알아갔다
색이 짙은 거에 거부감이 있었는지
나는 은은한 색들을 즐겨 찾았다
누워서 바라보는 곳에
테이프을 묶어서 꺼꾸로 매달아 놓으면
붉은 장미는 더 진한 흑색으로 변했고
연분홍 장미와 노란 꽃들은 적당한 색으로 변해갔다
마른 풀꽃같은 이상한 향내를 지니고 있었고
금방 손이라도 대면
바스라질거 같아
커다란 바구니에 말린 꽃들을 가득 담아 놓았다
2
수술을 할때마다
피 링겔을 맞아 내면서잠들고 나서 눈을 떠서 바라보는 곳이
말라서 더 이상 변할게 없는
벽제되어 버린 꽃잎의 존재였다
그 하나 하나가 나에게는 큰 의미로 다가왔다
나는 그 꽃들처럼
파릿하게
아프다고 소리한번 지르지 않았고
아버지의 소리없는 울음과 한을
엄마의 한숨 소리를 견디어 내며
몇년을 왔다 갔다하며 살아냈던거 같다
병원 생활 내내
학교를 다니면서 간호를 해준
남편과 결혼을 하면서
내 방 정리를 끝내면서
말린 꽃들은 병원의 흔적과 함께 서서히 없어져 갔다
3
딸아이가 졸업식때 마다
같은 색의 꽃들을 사 오지 말라고 한다
어떤 꽃들을 샀지..?
무심코 눈에 띄이는 색으로 사고 갔었는데
나는 늘 아이보리
연한 노란 색의 꽃들을 아이들한테 안겼단다
안개꽃 한다발에
아이보리 장미나 백합
정말 몰랐다
두 아이들 졸업식이 연달아 있었기에
눈에 띄는 이쁜 꽃들을 사서 아이들한테 안긴다고 했었는데
아들의 정서는 웬지 나를 닮아가는거 같은데
딸아이는 조금은 다른거 같더니
그래 다음에 현이 졸업식때는 붉은 장미로 사 가자
아니면 니가 고르던지
정말 생각없이
아무 느낌없이 나는 그런 색들이 좋아졌다
4
다음에 엄마 아빠 누구던지 먼저 죽으면
같은 곳에 뼈를 뿌려 달라고 했다
죽어서는 혼자 있는 시간 많이 안 가지고 싶다
글도 쓸수 없고 음악도 들을수 없다면 너무 심심해질거 같아서
아빠랑 같이 있게 해달라고
살아가다가 엄마가 보고 싶어지는 날이 생기면
꽃 한 다발 사오라고
그러면 아주 행복할거 같다고
이이들한테 당부를 했다
5
아빠가 엄마를 많이 좋아하는거 같단다
그래
그 점에서는
엄마가 많이 미안하지
이남자
아직은 나만 보고 살아가는거 같으니
엄마가 복이 많은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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