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바다가 보이는 어디..

하농17 2011. 8. 2. 09:13

 

 

 

 

 

 

택시를 타면서도

아니 타서 광안리 바닷가를 향하면서도

 

이 여름날에

사람들이 붐비는걸 상상하면서

이 끔찍함하는 생각에 힘이 풀렸었는데

 

바닷가를 들어서면서

내려서 신발에 모래가 닿는 순간

내 우려는 맥없이 날아가버렸다

 

친구와 점심 약속으로 만나면서

갑작스런 제안에 얼떨떨하면서

즉흥적일때가 많은 화성인 같은 친구인지라

그래도 친구덕에 참 많이 부산 구경을 했는지라

나가기 싫어하는 나와 반대 성향을 가진 덕에

요즈음 내가 세상 구경을 하고 있는듯 하다

 

바닷가에는 태풍이 온다고 해서인지

여름바다라고 하기에는 무색하리만치 사람들이 별로 없다

벌써 가을을 맞이하듯 한산해 보인다

 

곳곳에 행사장의 가건물들을 철거하는거 보니

무슨 페스티벌이 열렸었나 보다

 

백사장 끝에서 끝으로 걸으면서

한손은 내 단화 빨간구두를 들고

한손은 파도가 거세질때마다 내 옷끝을 끌어 당긴다

 

예상외로 기분이 좋아지는거다

깔깔거리면서

광안대교를 쳐다보면서

태풍이 온다는거 까맣게 잊어버리고

파도가 참 많이 높다고 동문서답하면서

 

근데 저번 가을에 해운대에 갔을때보다

여기가 하늘과 바다가 더 맞닿아 있는거 같다

대교에 올라가서 손을 들면 구름이 만져질거 같으니

 

그렇다..!

바다는 하늘과 구름과 파도가

같은 색을 띄면서 사연을 만들어 가고 있는거 같다

 

어떤 낯선 아저씨가

나시 차림에 스리 디의 배를 내밀면서 파도를 맞고 있는데

내 눈에는 어찌 불쑥 나온 배만 보이는지

 

내 친구보고 3D다 하고 속삭이다

옆을 스쳐 지나오면서 소리 죽이는데

ㅎ 저 사람 웃옷을 입에 물고 멍청하게 우리 쳐다본다

 

정말 모자라나봐..?

어마..!

나는 눈길도 못 주겠는데

 

한참 지나온 뒤에 그 표정 설명의 우스움이 상상이 돼

고개를 뒤로 젖히고 얼마나 웃어제겼는지

친구도 넘어가고

배꼽을 잡는다고 해야되나..ㅎㅎ

 

정말 생각없이 대책없이

배가 아파올 정도로 깔깔 거렸으니

너무 웃어서 눈가에 눈물이 맺혀있는거다

 

참 오랜만에 느껴보는 자유이다

누가 가지말라고 붙잡는 것도 아닌데

나는 내 울타리 안에서 발자국을 떼려고 하지 않는다

 

습성처럼

굳어져 버린 습관처럼

엄마라는 자리에 아내라는 자리에서

시간이 되면 으례히 애들을 맞이해야 되고

퇴근하는 남편을 기다려야하는

누구의 강요도 없었건만

나는 그 전철을 원했고 고집하고 있었다

낮에는 무한한 내 자유시간이건만

 

 또 다른 하루에서 오는 일탈

내가 가질수 있는 행복이요

기쁨이 배가 된다는거

 

저녁을 바닷가에서 해결하고

이쁜 옷들을 파는 옷가게에 들러

나 아니면 절대 안된다는 주인 여자의 유혹을 물리치지 못하고

아니 실제로도 그런거 같아..ㅎ

 

하얀색 작은 원피스를 사고

커피한잔과 더불어 기분 좋아지는 말들에 잠시 으쓱해지고

그래도 좀은 멋지게 나이들어가는 여자의 향기를 내 뿜어 보면서..ㅋㅎ

 

커다란 모자를 쓰고

살짝 속이 비치는 원피스를 입고서

바닷가를 걸으면서

하늘에 손도 내 저어보면서

푸하핫 넘어가기도 하고

사람들의 시선도 받아 넘겨보고

 

그러고 보면

이 웃음들이

내 몇달을 견뎌 나갈수 있는 삶의 원동력이 되지 않을까..?

 

태종대는 가봤니..?

응..?

 

가을로 접어들 무렵에

태종대를 가자는데

내가 과연 갈수 있을까

조금 더 기다려야 되나

어쩌면 내가 그곳에 발을 디디는 순간

이 멍청함도 끝이 나지 않을까

 

비릿한 바다내음

파도에 실려온 해초들

밀려왔다 실려가는 파도속에

뽕뽕 뚫려있는 모래자욱들의 흔적에 눈길 돌리며

 

저 애들은 내가 왔다간걸 기억해줄거야

아마도

 

내 삶의 보금자리로 향하고 있다

그래

또 열심히 살아보자..!

 

 

 

여름끝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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