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그 남자 그 여자..

하농17 2011. 1. 21. 11:40






그 남자는 항상 여행을 떠난다

남아있는 여자는 일을 한다

남자의 습관에 단련이 되어있는듯

섭섭해 하지도 않는거 같다

  

정처없이 떠도는 추풍 낙엽같은 인생

내가 머무르고자 하는 곳에 여장을 풀면

그 남자에게는 숙식이 해결이 된다

  

  아무도 없는 시골길을 걸으며

 바람소리를 들으며

이름없는 들꽃과 이야기를 하고

풀벌레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몸을 흐느적 거리며 춤을 추는 남자에게서

나는 무한한 자유를 느낀다

  

  저렇게 방황하면서 얻어지는게 무엇일까

자신의 만족인가

사춘기에 피아노를 알았고

음악세계에 뛰어들면서

집을 나오면서 행해졌던 공부와 그의 정신세계

  

  평범한 아줌마에 불과한 나로서는

그 남자의 그런 행동이 부럽기도 하지만

모든걸 탈피한듯한 자유스러움과

그의 여유로움에 마냥 마음이 허허로워진다

  

그의 아내

한복집과 음식 상차리기

결혼 준비등에 관한 일을 하고있다

화장끼 없는 얼굴에 머리를 곱게 빗어

옆으로 내리는 얼굴에서 단아함이 풍긴다

  

  길을 떠나는 남편

갈등도 많았지만 이제는 그럴려니 하면서 산단다

  집을 지키고 언제 들어올지도 모르는 남편을 위해

피아노 먼지를 걷어내는 여자

냅둬요가 가훈이란다

  

  서로가 간섭하지 않고

각자 일에 충실하면서 살아가는게 서로 사랑하는 길이란다

  

  떠나간 남편이 걱정이 되어

안동으로 절간으로 찾아가는 여자

전국 각지를 안 다녀본데가 없이 다 다녔단다

그러면서도 여자 얼굴에는 수심이 없다

  

  아내를 걱정하기 보다는 자연을 더 살뜰이 챙기는 남편

커튼을 걷으면서 유리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남편의 흔적에 들떠서 소리치는 아내를 보고

떨어져 살아서 그런가

중년의 나이에 남편의 방문이 저리도 반가울까 싶다

  

  평생을 같이 옆에서 부대껴 살았어도

그 남자와 그 여자의 마음이 한결 같을수 있을까





   남편이 없으면 심심하다

목을 조를수 없고

등에 머리를 기대서

머리 아프다고 말할 사람이 없으면 더 아파질거 같다

  

  하루종일 혼자 있다가

그 나마  많은 말은 하지 않아도

옆의 사람냄새에 마음이 따뜻해질때가 있다

  

  뜨겁던 마음은 사라지고

잔잔한 미소같은 중년의 부부

언잖은 일이 생겨도

자식의 이야기에는 무슨일이던 의견일치를 보는 부부

자식을 위해서라도

아니 서로를 위해서 건강하게 살다가야 되지 않겠나

  

  그 여자와 그 남자를 보면서

과연 나라면 저 여자같이

매일 떠나는 남자와 살수있었을까

늘 그리운 남편이란 마음을 가지고 살지 않았을까

  

  아내가 집을 지키며 모든일을 떠 맡을수 있었기에

떠날수 있었고 자연과 벗삼아

속세를 벗어난 자유스러운 삶을 살수 있지 않았을까

  

  아내가 생계를 떠 맡지 못했다면

남자가 역할이 바뀌지 않았겠냐는 말을 듣고

그 남자의 입장에서는

참 좋은 아내를 두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여자의 얼굴은 세월의 흔적에도 이뻤고

바느질을 하는 손놀림은 침착했으며

자기 일에 만족하는듯 아주 평온해 보였다

  

  그런 얼굴을 가진 내가 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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