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시엄마가 나를 향해 걸어오고 있더라
벽하나를 지나면 시엄마가 보여 오는데
나는 그 벽뒤에서 한참 마음을 가다듬고 있었다
나는 어떤 연유에서 인지
아니 병원생활을 참 많이 한탓인지
아니면 복합적인 그 무슨 서러움이 생겨나는건지
갑자기 눈물이 줄줄 흘러 내리는 거였다
시엄마가 한참 다가올때까지
괜찮다 이제 위험한 고비는 지났다고 하면서
내 기색을 살피며 초췌한 모습으로 내 등을 만져준다
중환자실 면회시간
낮 12시 40분
오후 6시 40분
20분간
환자 한명에 두명이 면회가 된다
목에 거는 출입증를 받고 기다리니 문이 열린다
그것도 일분일초가 틀리지 않는 정확한 시간에
시아버지는 나를 쳐다보고 눈을 끔뻑이며 눈물을 흘리신다
아.. 나는 뭐라 말도 하지 못하고 울었다
밤 12시가 넘어서 시엄마의 전화를 받았다
아버님이 갑자기 쓰러져셔서 119차를 타고 해운대 백병원으로 왔는데
의사가 아들을 부르라고 했단다
남편을 병원에 보내고 나는 잠 한숨도 들이지 못했다
(몇분뒤 나도 같이 같이 갔었어야 된다는 생각이 뒤늦게 생겨났다
하루만에 나는 입안이 다 헐어 있었다)
아버님은 신장투석을 하면서 위 대장내시경을 했단다
몸이 약해진 상태에서 여러가지 검사를 하니
이겨내지 못하고
중환자실에서 일반병실에서
다시 중환자실로 이동하면서 갑자기 위중해 지셨나 보다
그 다음날까지 아들이 지키고
그 다음날부터
신장전문의에서 심장전문의로 옮기면서
석회질처럼 굳어져 버린 혈관을 동영상으로 보고
좀은 손을 쓸수 있는 혈관을 찾아
두개의 관을 집어넣었다
퇴원을 해도 아스피린등 약을 소홀히 하면
만약 터질 경우 즉시 사망할수도 있다는 말을 한다
혈관을 늘이고
신장투석을 하면서
각종 검사들을 다 하면서
일주일이 지나갔다
아버님은 지금부터 사는 날까지 신장투석을 해야 된단다
일주일에 세번씩 네시간씩
이제는 신장기능이 다 되었단다
왜 그렇게 되었냐고
나이가 들어 가면서 생겨 나는 병이냐고
아니면 식습관 다른 그 무엇때문이냐고 물었다
타고난 유전성도 있지만
거의가 술 담배가 원인인데
담배와 갑자기 생겨난 당뇨와의 합병증이란다
아마 옛날 같으면 이대로 아버님은 둘아가셨을거란다
목에 몇개의 관을 달고
복부에 양손에
호흡기를 달고 천장에는 맥박과 혈압을 표시하는 컴류터 모니터가 있고
몇개의 링겔병과 소변호수도 달고 있었다
이 관들이
그 주사바늘들이 약물들이 하나씩 둘씩 떼어지면서
오전 9시부터 6시까지 내가
밤부터 아침까지는 어머니가
번갈아 가며 아버님을 돌보던 십여날
응급실에서 중환자실로
준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겨 가면서
일주일에 세번은 병원에 와서 신장투석을 해야 된다는 조건하에
투석할 혈관 두개를 팔에 만들고서 퇴원을 했다
어느날
병원생활 몇칠이 지나던날
몸이 부서질거 같이 아파오는데
새벽녁까지 잠을 들일수 없던날
나는
내 엄마가 생각이 났다
오빠가 세명이 있는데
엄마는 아이들 초등학교때부터 나랑 같이 살고 있다
하혈하듯 거실에서 부터 실수를 하던날
연달아서 엄마가 그러고 나면
나는 그 냄새에 하루 이틀은 밥을 못 먹게 되고
벙어리처럼 말을 잃게 되며
몸은 옆으로 돌리지도 못할 정도로 아프게 된다
아유
왜 이리 서럽지
내가 원래도 눈물이 많았지만
더 많아지는 이유가
요즈음에는 치우면서 나자신도 모르게 엉엉울때가 생겨나니
우리 오빠들도 일년에 한번씩이라도
아니 몇년에 한번씩이라도
엄마를 일주일이라도 모셔주였으며
오빠 세명이니까 3주
그 3주일동안의 휴식때문이라도 더 더 잘할수 있는데
에휴 내가 엄마를 보내지도 못하면서 이런다
내 눈에 보여야만 내가 덜 불안해지면서 말이다
근데 이 새벽에 잠이 안오면서 숨이 턱턱 막혀 오는거 였다
남편은 외동아들
이럴때는 형제가 많은 집이 부럽기도 한거 같다
나 혼자 어떡하지
정말 무서워졌다
그리고 마구 마구 서러워지는거 였다
어떡하지
아직 아무도 보낼준비가 되지 않았는데
아버님을 모시고 걸어가는 어머님의 뒷모습을 한참 동안이나 쳐다보며
물기가 가슴 가득 번져나가던 어느 하루
이 세상 나 홀로 남겨진듯 너무 서러워지는
이 마음을
혼자 감당하기 어려워 지던날
아버님 어머님
엄마
내가 가라할때 가요
내 허락받고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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