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응급실 풍경..

하농17 2013. 1. 25. 10:37

 


 

 

 

눈을 뜨 보니 내 남자가 신문을 보고 있다

아마 병원휴게실에서 가져왔나 보다

 

아 이제는 좀 괜찮아지고 있구나

작년 이맘때 119차를 타고

이 병원 응급실에서 저 자리에 누워있었는데

 

오늘은 자리가 바뀌어져 누워있었네

간호사도 인턴도 모두 새로운 얼굴이다

 

아니 내가 작년을 기억하지 못함도 있을거 같다

 

요 몇주

아니 12월말부터

엄마가 한번씩 실수를 하신다

 

침대며 이불보며

목욕을 시킬때는 괜찮았는데

 

몇칠전 하루내내 그러자

그다음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지를 못했다

아니 몸을 옆으로도 돌리지 못할 정도로 엉망이 되어 있었다

 

소리를 청력을 차츰 잃어가는 엄마를 두고

내 목은 쉰소리가 났고

엄마의 감기가 나을즈음에

나는 엄마가 하는걸 그대로 물림을 받았다

 

참 많이 울었다

한가슴 가득 슬픔으로 뒤덥여져 있다

 

오빠가 세명이나 있는데

교회장로인 오빠에게 전화를 했다

일년 열두달 내 집에만 있는 엄마를

단 몇칠간만이라도 모셔줄수 없느냐고

 

니가 많이 수고한다는거는 안다고 하는데

더 수고해야 되지 않겠느냐고 하는데

 

나는 이상하게 서럽다

참 많이 눈물이 나온다

 

오빠야 너거들은 참 좋겠다

엄마에 대한 기억이 참 좋을거 같다

 

어쩌다 명절에만 보는 엄마

그때만 잘하면 되니까

못해줘서 생기는 마음의 병은 가슴에 맺히는 한은 없을수도 있겠다

 

근데 나는 어찌해야 될지

엄마 아직 보낼 준비도 되지 않았는데

 

그럴때마다 한번씩 모진 마음이 드는 내가

정말 엄마 죽고 나면

내 엄마에 서리는 애닯은 모정은

어떻게 삭혀서 없애며 살아갈수가 있을지

 

나도 엄마한테 잘해주고만 싶은데

나도 엄마한테 효도만 하고 싶은데

 

한번씩 실수하는 엄마를 두고

일부러 그러느냐고

엄마보다 내가 더 일찍 죽을거 같다고

힘들어서 죽을거 같다고

실수만 하지 않으면

정말 잘할수 있을거 같다고

 

실수도 한자리에만 있으면 될텐데

옮겨다니니까 일만 더 만들고

 

그냥 보지 못하는 나는

목욕탕속에서 살아야 되고

씻어서 내어 놓으면 또 그래있고

모진소리를 해대는 나를 쳐다보며

 

그냥 한참을 울었다

그냥 소리내서 울었다

내 가슴을 내가 치면서 울었다

 

언젠가 내 가슴의 멍이 퍼렇게 보이던날

또 다른 속 울음에 내가 서러워지던날

한참이나 거울속에 들어난 내 모습에 목 놓았었는데

 

부모라는 사람은 열자식도 당연한듯 키워내는데

왜 자식이라는 사람은 한 부모도 건사하지를 못하는지

우리도 니도 곧이어 그 부모가 했던대로

그 전철 이어갈텐데하며 나름 위로도 해 보건만

생겨나는 이상한 눈물과 저려지는 애달픔은

내 온 가슴을 멍을 들이고 있는거 같다

 

 

 

 

 

작년 이맘때 119차를 타고 아들과 응급실을 찾던날

올해는 남편등에 업혀서 이 병원에 들어왔다

 

작년 병원치료 이후로는 다행히 끝없이 올려지는

멈추어지지 않는 위경련은 한번도 안했었는데

이제는 몸이 힘이 들면

머리가 부서지듯 아프면서 끝없이 올려지며 쉬라고 신호가 오나보다

 

그래도 한살이라도 젊었을때는 하루정도면 멈추기도 하더니

이제는 병원힘을 빌리지 않으면

아픔이 멈춰지지도 않나보다

 

긴호사가 오고 인턴이 오고

링겔을 꽂으면서 남편은 증상을 이야기하고

작년의 차트와 똑 같은 증상으로

시티만 찍지고 해서 찍으러 가면서도

움직이지 말라는 시티 기계속에서도 계속 올려댔다

 

작년에는 검사를 다하고 나서 수면주사를 줬는지

잠깐 눈 붙이고 나니

입원실이었는데

 

오늘은 수면 주사대신 신경안정제와

몇개의 혈관주사와 영덩이 주사를 놓는데도

계속 올려댄다

몇칠동안 먹은게 없어 노란물만 나오는데도

그물조차 마르지 않고 계속 헛구역질속에서 비추고 있다

 

참 많이 추웠다

독감인줄도 모르겠다며

담요를 몇개씩 덥고

워낙 저혈압이라 다리밑 침대는 올리고 머리는 내려서

몸을 떨고 있다가 잠깐 정신을 잃었나 보다

 

근데 머리까지 담요를 덥고 있었는데도

이상하게 옆에 오고 가는 환자들의 이야기와

의사와 간호사들의 이야기는 조금씩 귀에 들려온거같다

 

독감이 감기가 유행한다더니

역시 그 환자들이 많은가 보다

 

침대에 옥매트를 꽂은듯 잠깐 따뜻해지는거 같더니

정신이 살아난다

 

담요를 걷어서 보니 남편은 간이의지에서 신문을 보고 있다

 

이 남자

자기 대학다닐때 나를 만나서

사귄지 몇달되지 않아

병원에 오랫동안 내가 입원하고 있을때부터 나를 간호했었는데

 

아.. 이 남자도 참 재수가 없는거 같다

나같이 평생을 빌빌거리는 여자를 만나서

집안일도 자기 할일이 많아지고

 

외아들이면서 장모도 모시고 살아야 되고

그래도 불평한번 하지 않고

언제나 그 모습 그대로

그 마음 그대로인듯

환하게 웃어주는 이 남자

 

오늘은 이 남자가 참 많이 측은하다

괜찮느냐는 이 남자의 말에

눈물이 고여온다

내 손이 자신도 모르게 남편얼굴을 만지고 있다

 

내 고개 끄덕임에

집에 갈수 있겠느냐며

수납창구에서 계산도 하고 약도 받아왔단다

 

이번주에는 시집에 제사도 있고

입원을 할 상황도 되지 못하고

엄마는 내가 잠시만 없어도 애들한테 나를 찾는단다

 

 

침대에서 옷을 업혀주는 이 남자의 부축을 받으면서 내리는 순간

자기가 맨손으로 내손을 깍지를 낀다

 

어느 추운날

장갑을 낀채로 내 손을 잡고 걷던날

무슨일 있어 손을 놓는 순간

자기도 나도 들었던 생각이 일치하던날

 

포개어졌던 손의 온도가 갑자기 내려가며

손 추위가 확연하게 느껴질때

 

두손을 맞잡고 있을때가

서로의 온기로 인해

손이 따스해진다는걸 알아갔다

 

그 이후로 남편은 한번씩 맨손으로

내 손을 잡아 자기 주머니에 넣고는 했는데

(아버지가 살아계실때 매달려가며 아버지의 손을 잡았고

작년에 병원을 오고갈때 머스마의 손을 잡았었는데..)

 

오늘 나는 내 남편의 손을 잡고

응급실문을 나서고 있다

 

햇살을 등에 이고 들어왔었는데

어느덧 깜깜해져있다

 

다시는 아프지 말자

다시는 이 병원문을 열고 들어오지 말자

다시는 남편의 손을 병원에서는 잡지 말자

 

잘 못 먹어대고

때없이 배가 고프면 먹으니

내속도 이렇게 표현해내며

먹을걸 기다리나 보다

 

소화능력도 떨어진다고 조금씩 자주 먹어라고 하는데

체하기도 잘하니

 

어쩌면 내 몸의 힘듦이

내 정신의 메마름이 이리 한번씩 몸으로 표출해내어

자기를 돌아봐 달라고 신호를 보내오나 보다

 

아님 항상 소리없이 눈물만 흘리다

이번에는 정말 다 들리도록 소리를 내어 엉엉 울어서 그런가

가슴을 너무 아프게 쳐서 그런가

보여지는 가슴보다 속이 더 아팠나 보다

엄마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 이리 많이 힘이 드는걸 보니 말이다

그래도 엄마가 내 눈속에서 더 오래 살아가줬으면 좋겠다

 

아버지

아버지 엄마 십년만 더 살다가 가라고 했는데

엄마 건강하게 내 곁에서 살다가게끔 아버지가 도와주라

 

아버지가 세상에서 가장 귀하게 여기던 딸 하나

나도 건강하게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다고

 

 

아버지 아버지

엄마를 나를 좀 도와줘요..!

 

 

 

 

(2012년  6월 꽃비내리던날)

 

 

 집을 나서면서 머스마의 배웅을 받으면서

눈가에 맺혀있는 눈물을 보았는데

아들이 지금 내 침대에 누워있다

 

엄마

엄마가 마트에 갈때는 마음이 푸근했었는데

엄마가 병원에서 오늘 못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참 이상해지더란다

 

그러면서 나를 끌어안는데..

나는 참 행복한 여자이다

 

애들 둘이 이리 잘 자라주고 있고

내 남편이 내 옆에 있으니 말이다

 

내 보금자리로 돌아온 지금

건강을 돌보면서 좀 더 열심히 살도록 노력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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