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도 짧게 머물다 가기 때문에 그래서 더욱 아쉬운 존재
그런 첫눈과도 같은 이름이 있습니다
때론 부르기만 해도 아련해지는
하지만 잊기에는 더더욱 미안해지고 마는 그러한 이름도 있습니다
가파른 비탈에도 작은 죽음
살아있는 동안 내내 몰라서 사람들이 미안해하는 그 이름은 정인이 입니다
너무 빨리 하늘의 별이 돼버린 아이
정인이는 지난 2019년 6월 10일 임신 39주를 채우고 3.6kg으로 건강하게 태어났습니다
사정이 있어 아이를 키울 수 없는 엄마를 떠나온 정인이는
생후 8일째부터 입양기관이 지정한 위탁가정에서 보살핌을 받으며 자랐습니다
건강하고 호기심 많던 아이
특히나 정인이는 음악을 유난히 좋아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아이와의 만남이 여전히 생생하다는 한 사람
아이를 7개월간 키운 위탁모입니다
생후 두 달 되는 2019년 7월 기다리는 소식이 찾아왔다고 합니다
아이의 양부모가 정해진 겁니다
통역 일을 한다는 양모와 방송국에서 근무한다는 양부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이들에게는 이미 딸아이도 있었습니다
입양 심사는 꼼꼼하게 진행되었습니다
미국에서 유학을 한 양모 장 씨는 해외 입양인을 돕는 일을 해 왔습니다
양부 역시 그런 아내에 봉사에 동참한 이력도 있었습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앞 전문 발췌..)
아동학대의 실상을 전하는 포토에는 늘 이어지는 질타가 있습니다
사건의 잔혹함을 전하는 데 급급하고 대안에 대한 고민은 짧다는 게 그것입니다
우리 역시 그 점에서 고민을 했습니다
한정된 시간을 어느 쪽으로 쓰느냐를 결정해야 하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정인이가 입은 피해를 입증하는 것과 아동학대에 대한 예방책을 고민하는 거
그 둘 사이에서 우리의 선택은 정인이 쪽이었습니다
정인이에게는 나서서 싸워 줄 어른이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아동학대에 대한 우리 사회 인식을 바꾸는데
가해자에 대한 엄정한 처분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을 죽음으로 내몰며 계속되고 있는 학대 사건들
이에 대해 일관되고 강력한 법의 판단을 쌓아가는 일은
효과적인 예방책을 만들어 가는 일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오늘 방송을 함께해주신 여러분께도
13일 시작될 재판의 결과를 끝까지 함께 지켜봐 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물론 관련 기관들의 실책의 책임을 물어야 하는 수준입니다
동시 그래서 더 개선해야 될 문제점들이 뚜렷이 보이기도 합니다
사건 담당자는 무조건 일원화되어야 합니다
신고 의무자의 신고는 좀 더 무겁게 받아들일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편견이 제일 위험합니다
학대 의심자와 아이가 잘 지내는 듯 보여서
학대 의심자가 좋은 일을 많이 한 인물이어서 설마 하는 그 편견이
아이들의 목숨을 잃게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연구로도 공통점을 찾지 못한 것 그것이 바로 아동 학대 가해자들입니다
양부모에게 정인이는 무엇이었을까요
늘 입양이 꿈이라고 말했지만 정작 입양 뒤로는 아이들을 제대로 보살피지 않고
점점 더 학대의 강도를 높여 갔던 양모
그런 아내를 곁에서 지켜봤으면서도 내내 모른척했고 끝내 아이를 구조하지 않았습니다
가해자인 아내만을 두둔했던 양부 부모로서
미성숙하고 어른으로서 비겁한 그들을 대신해 아이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같은 어른이어서 지켜주지 못해서 그리고 너무 늦게 알아서
정인아 미안해
아이가 고통 속에 있을 때 우린 아무것도 알지 못했고
아이가 생사의 기로에 서 있을 때 우리는 기도조차 해주지 못했습니다
너무 늦게 알게 돼 미안한 이름 들릴 때마다 아파오는 이름
하지만 부를수록 다짐하게 되는 이름
그리고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더 나아가 행동하게 하는 이름
결국 잊지 못하고 절대 잊어서는 안 될 이름
그 이름은 정인이 입니다
(그것이 알고 싶다 마지막 내레이션..)
엄마 엄마 코피
피 나온다
감기기가 있어 맑은 콧물인 줄 너무 시원하게 주르륵 내려
미처 닦지 못해 뚝 떨어지는 걸 보고 아들아이가 급히 말을 한다
그러니까 보지 말래도 엄마 충격받았제
그렇지만 엄마는 언젠가는 볼 사람이라는 걸 아들은 알았단다
(정인이 관련 기사만 찾아서 읽고 또 읽다
차일피일 미루던 아니 볼 자신 없어 외면하려 했던
하루라도 빨리 이 들썩이는 마음들을 내려놓자 싶어 봤는데
부글부글 마음도 머리도 너무 아파왔다..)
청원 글을 즐겨찾기 해 놓고 어떻게 매듭지어 가는지 지켜보기를 또한 여러 날
뉴스와 함께 결과를 보면서 이렇게 솜방망이식 결과를 앞으로 처우개선 신경 쓰겠다는
달아올랐다 잊히고 식고 마는 근성에 타협한 거 같은 낙관론
누군가가 들끓고 일어났는가 보다
그냥 넘기기에는 이게 아니라고 느껴졌었나 보다
이를 어찌해야 하나
이 아기를
이 어린 새싹을
말 한마디 못하고 아픔만 안고 간 작은 아이를
해맑게 눈부터 웃든 천진난만하든 아이를
그저 기저귀 갈아주고 표정 읽어가며 먹을 거만 해결해 주면 되는
부모의 온전한 사랑이 필요했던 아이를
그 자그마한 작은 아이를 얼마를 살았다고 저 차디찬 겨울 눈 속에 파묻어 버렸을까
쓸쓸함만이 감돌던 차가운 겨울바람 속에 던져 버렸나
엄마를 보낸 지 두 해가 넘어가도 아직도 어제 인양 슬픔이 가슴속에서 차고 넘쳐나는데
길을 나서지 않으면 어딘가를 걷지 않으면 숨이 막혀 드는 거 같아
이러다 뒤로 넘어가지 싶을 때까지 걷고 또 걷고 들어오면
답답해지는 가슴 조금은 진정이 되는 듯했고
갇혀 드는 것만 같은 공황장애라는 것도 조금은 희미하게 차오르는 듯했는데
이제까지 잘 이겨냈듯 앞으로도 잘 이겨낼 거라는 다짐도 잠시 잠깐
이 작은 아이의 슬픔이 내 가슴을 헤집고 있다
새벽에 잠을 깨면 아이의 상황이 재현되듯 상상이 돼 온다
양부라는 사람 보통의 부모들이라면
먼저 아이를 끌어안고 볼 비비고 살 어루만지며 뽀뽀하는 거는 아닌가
근데 그 아픈 아이를 아프다고 말 한마디 표현 못 하는 아이를
돌 지나 막 걸음마를 떼는 아이도 아니고 무엇을 증명하기 위함인지
보란 듯 걷게 하고 넘어지면 어쩌려고 잡지도 않고 입부터 가까이 대고 안을 수 있나
얼마나 심한 압력을 가했기에 제일 안쪽에 있는 췌장을
아이의 갈비뼈는 어지간해서 부러지지 않는다는데
부러지고 또 부러지고
힘없이 안겨있던 정인이의 무표정한 얼굴이 떠나지를 않는다
조그마한 아픈 기색에도 보채어서 잘 먹지 않아도
작은 상처에도 덜컥 겁이 나서 병원부터 찾게 되는 게 모두의 마음 부모가 아니던가
그 가면을
그 모진 마음들을
그 학대를 그 업을 어떻게 갚으려고
그 인과응보를 언젠가는 자신한테 돌아온다는 것을
나중 얼마 멀지 않아 내가 그런 악행을 저질러서 이리되었다는 말
나오는 날 머지않을 터인데
그 죗값을 어이 다 받으려고
어찌해야 하나 이 작은 아기의 아픔을
2019년 6월 10일 ~ 2020년 10월 13일
이리 짧게 살다 간 아이의 생을
이 아려지는 내 마음 또한 어찌 달래어야 할까
정인아 정인아
다음 세상이 있다고 한다면
사랑 많은 온전한 부모 만나 태어나기를
아픔 없는 세상에 가서 잘 살아라
이렇게밖에는 할 말이 없구나
정인아
너의 아픔이 어찌 이런 먹먹한 슬픔으로 다가오는지
이리 눈물이 앞을 가리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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