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카락을 잘랐다
그냥
어깨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를
핀으로 묶어서
모자 안에 넣고 다니기 그래졌나 보다
먹는게 머리로 다 가는지
일주일이 지나면 또 머리를 묶게 되는거 같다
항상 머리가 길었다
아들넷에 막내로 태어난 나는
내 머리카락은 아버지의 낙이었던거 같다
초등학교 6학년때까지
아버지는 내 머리를 감기고 목욕을 시켜주었으며
긴 머리를 말려서 땋아서
학교에 보내는게 아버지의 일과였던거 같다
내가 엄마에 대한 기억이 별 없는거 보면
아니 내 엄마는 항상 아팠던거 같다
신장을 하나 들어내기까지
내가 기억하는 엄마는
약했으며 늘상 침대에 누워있었던걸로 기억한다
내 나이에 내 키는 큰 과에 속했다
초등학교때 늘 뒷자리에서
앞에 앉고 싶어서
자리배정을 할때는 무릎을 구부려 서 있고는 했다
앞에 앉아있는 애들이 항상 부러웠다
어느날인가
아버지가 머리를 자르자고 했다
말라서 키만 커가는 딸이
눈만 커다래지는 딸이
아버지는 많이 안쓰러웠나 보다
영양분이 머리카락에 다 빼앗겨서 살이 안찔수도 있다는 말을
누구에게 들으셨다한다
두가닥으로 길게 땋아졌던 아주 긴머리가 잘려졌다
이후 살이 아주 많이 찔거 같았던 나는
여전히 살은 찌지 않았다
머리카락에 다 간다던 그 영양분은
어디로 빠지고 있었는지
내 머리는 다시 길러졌다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숱이 아주 많던 머리카락으로 인해
안을 쳐내면서
나는 단발머리 여중생이 되었다
살아오면서 가장 잘 어울릴거 같던
이 머리형에서 크게 벗어날수는 없었지만
대학을 다니면서 굽실거리는 긴 머리로 인해
교편을 잡고 계시던 피아노 선생님 남편에게 와이키키라는 별명으로도 불리어 졌고
결혼할때는 필히 파마를 해야된다고 해서 파마도 해 보았고
지금까지 단발머리에서 생머리에서
옷 입는거에 따라 수녀님처럼 보인다고 하는 묶어진 긴 머리에서
별 달라질게 없는 머리모양이었지만
머리카락은 잘려지고 다시 길어지고 했나 보다
내 긴 머리카락은
어릴때 예쁘게 땋아졌던 등에까지 오던 긴 머리는
어쩌면 내 아버지의 추억이 담겨져 있는지도 모르겠다
머리를 보면
머리카락을 만지고 있으면
품에 안아서 머리를 감겨주던
마루에 앉아서 빗질을 해주시던
내 아버지의 손길이 느껴지는듯 하다
그 모습
그풍경이 선해지는듯 하니
아버지에 대한 진한 향수와 그리움이 배여나는듯 하다
아버지에 대한 글을 쓰고 싶었는데
20년이 흘러가고 있는 지금도
아버지를 가슴에서 보내지를 못하고 있는지
생각은 마음에서
머리에서 맴돌고 있을뿐
글 한자도 못 옮기고 있다
우리 아버지
내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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