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회상..

하농17 2013. 2. 22. 10:37

 

 

 

 

 

머리카락을 잘랐다

그냥

어깨까지 내려오는 긴 머리를

핀으로 묶어서

모자 안에 넣고 다니기 그래졌나 보다

 

먹는게 머리로 다 가는지

일주일이 지나면 또 머리를 묶게 되는거 같다

 

 

 

 

항상 머리가 길었다

아들넷에 막내로 태어난 나는

내 머리카락은 아버지의 낙이었던거 같다

 

초등학교 6학년때까지

아버지는 내 머리를 감기고 목욕을 시켜주었으며

긴 머리를 말려서 땋아서

학교에 보내는게 아버지의 일과였던거 같다

 

내가 엄마에 대한 기억이 별 없는거 보면

아니 내 엄마는 항상 아팠던거 같다

 

신장을 하나 들어내기까지

내가 기억하는 엄마는

약했으며 늘상 침대에 누워있었던걸로 기억한다

 

 

 

 

 

 

내 나이에 내 키는 큰 과에 속했다

초등학교때 늘 뒷자리에서

앞에 앉고 싶어서

자리배정을 할때는 무릎을 구부려 서 있고는 했다

앞에 앉아있는 애들이 항상 부러웠다

 

어느날인가

아버지가 머리를 자르자고 했다

말라서 키만 커가는 딸이

눈만 커다래지는 딸이

아버지는 많이 안쓰러웠나 보다

 

영양분이 머리카락에 다 빼앗겨서 살이 안찔수도 있다는 말을

누구에게 들으셨다한다

 

두가닥으로 길게 땋아졌던 아주 긴머리가 잘려졌다

이후 살이 아주 많이 찔거 같았던 나는

여전히 살은 찌지 않았다

 

머리카락에 다 간다던 그 영양분은

어디로 빠지고 있었는지

내 머리는 다시 길러졌다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숱이 아주 많던 머리카락으로 인해

안을 쳐내면서

나는 단발머리 여중생이 되었다

 

살아오면서 가장 잘 어울릴거 같던

이 머리형에서 크게 벗어날수는 없었지만

 

 

 

 

 

대학을 다니면서 굽실거리는 긴 머리로 인해

교편을 잡고 계시던 피아노 선생님 남편에게 와이키키라는 별명으로도 불리어 졌고

결혼할때는 필히 파마를 해야된다고 해서 파마도 해 보았고

지금까지 단발머리에서 생머리에서

옷 입는거에 따라 수녀님처럼 보인다고 하는 묶어진 긴 머리에서

별 달라질게 없는 머리모양이었지만

머리카락은 잘려지고 다시 길어지고 했나 보다

 

내 긴 머리카락은

어릴때 예쁘게 땋아졌던 등에까지 오던 긴 머리는

어쩌면 내 아버지의 추억이 담겨져 있는지도 모르겠다

 

머리를 보면

머리카락을 만지고 있으면

 

품에 안아서 머리를 감겨주던

마루에 앉아서 빗질을 해주시던

내 아버지의 손길이 느껴지는듯 하다

 

그 모습

그풍경이 선해지는듯 하니

아버지에 대한 진한 향수와 그리움이 배여나는듯 하다

 

 

 

 

 

아버지에 대한 글을 쓰고 싶었는데

20년이 흘러가고 있는 지금도

아버지를 가슴에서 보내지를 못하고 있는지

 

생각은 마음에서

머리에서 맴돌고 있을뿐

글 한자도 못 옮기고 있다

 

우리 아버지

내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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