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시 반이면 시작하는데
4시에 집에서 나가자고 한다
왜
그냥 야구만 볼래
아니
근처 공원에도 가자며
목욕재계를 하고 집을 나섰다
홈플러스 음식코너에 가서
도시락과 감밥 탕수육을 사고
평일에 자주 술을 마시는 남편이라
하루는 쉬라고
술을 사지 않을려고 하니
캔 맥주하나만 사달라고 한다
캔 맥주하나와 새우깡
쌀과자 초콜릿 선식 과일
따뜻한 커피와 생수를 담아
베낭을 가득 채웠다
무릎 담요와 야구웃옷 야구잠바까지 넣으니
가방은 어디 캠핑가는 모양새다
도착해서 돌아다니는것도 좀 그런지라
아니 준비과정이 길었는지
좀 흥분을 해서 그런지
몸이 힘이 들었다
프리미엄석 2열 102와 103호
심판석 뒤
아나운서 방송하는 바로 앞이다
내 응원소리가 방송실에 들리지 않을까 하는
염려를 뒤로하고 사뿐히 자리에 앉았다
남편은 연습을 하는 두산벤치로 카메라를 돌리고
야구장에 들어와서는 망원렌즈를 긴거로 바꾸면서
멀리있는 곳을 살피고 있다
드디어
팡팡팡
아마 이 음악소리에
열기가 더해지는지 모르겠다
처져있던 마음이 갑자기 뜨거워지는듯 했으며
치어리더들의 춤과 함께
응원대장의 목소리와 응원가들이 흘러 나왔다
남편은 연신 긴 렌즈로 자기 오른편에 있는
아주 멀리있는 그녀들의 사진을 찍고 있다
ㅎ 많이 찍어봤자
내가 지울테니 특색만 잡으라는 내 말과 함께
치어리더의 이름을 말한다
경성대 전지현이 졸업하자 말자
롯데로 스카웃 되었다고
전광판으로 비추어지는 그녀들의 사진을 보면서
누구지 하며 고르고 있다
나는 여자이면서도
내가 좋아하는 타입의 여자들이 있다
좀은 지적이고
은근히 세련되고
좀 마른형의 여자들이 좋다
합당한 그녀들의 행색이 없었는지라
이내 선수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아.. 이거다
집에서 보는게 더 실감있다고
세세하게 볼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심판 바로 뒤는
탁 치면 안타인지 볼인지 홈런인지가 금방 식별이 가능하다
1회말 두산의 에러로 롯데가 선취점 3점을 먼저 얻고 나니
이미 게임을 다 이긴듯 기분이 붕붕떠는거 였다
2회초 볼로 선수 세명을 내어놓더니
그 다음 선수가 만루홈런을 친다
끄으윽
아악~~~
금방 역전이 되었다
장내가 갑자기 쥐 죽은듯 조용해졌다
맥이 풀려오지만
아직 남은 경기가 많이 있다는 생각이 들어 곧바로 신문지를 흔들며 응원을 했다
아.. 정말 타자가 받쳐주지 않는다
박종윤의 2점 홈런으로 다시 전세가 바뀌어지고
8회초 두산은 박종윤을 걸러내고 했지만
우.. 8회말 우리가 다 이긴줄 알고
머리에 쓰고 있던 봉다리도 벗고
응원도구인 신문지도 쇼핑백에 고히 넣었다
부산 갈매기도 나오고
돌아와요 부산항도 불렀다
아.. 근데 말이다
9회초 옆에 있는 아저씨가
양의지를 걸려내야 되는데 하는 소리가 귓전을 스치면서
공이 탁하고 날아간다
내 눈에는 틀림없는 장내를 넘어가는 파울공도 아니요
그 어떤 공도 아닌
홈련을 치는 공이였다
2점 홈런을 친거였다
아~~악
일순간 숨을 죽이듯
고요
우C~ 아이 C~ 이C
두산 투수는 오늘 컨디션이 좋아 홈련을 친 우리 타자를 걸러내는데
김사울은 뭐하고 자신있게 던지느냐 말이다
변화구도 아닌 직구를
상대선수가 다 간파를 해서
첫 공을 치게 하느냐 말이다
이 천인공노할 김사울..ㅋㅋㅎㅎ
근데 야구선수들 진짜 불쌍하기는 불쌍한거 같다
잘하면 넘어갈듯 하고
못하면 못한다고 원망을 해대니 말이다
작년 롯데감독이 처음에는 진짜 욕을 많이 얻어 먹었단다
전화번호를 어떻게 알고 문자까지 오더란다..ㅎㅎ
미친다
아 근데 진짜 짜증을 내지 않으려 해도
진짜 좀 그렇더라
다 이긴 게임을
투수 하나의 판단착오로 몇분만에 뒤집어 버리다니
남편은 승패에 많이 민감하다
은근한 한숨에
담배를 푹푹 피우면서
근데 그 마음 이해도 된다
나는 집에서 봤으면 딴짓을 해버린다
그 순간 숨막히는 긴장을 잘 못 견디는거 같다
3000명 한정으로 롯데에서 컵을 주는데
오늘은 강민호가 이니셜로 그려진 컵을 주었는데
다음에는 김사울이 그려진 컵을 준단다
남편은 다음번에 안 와서 다행이라며
김사울의 미움을 대신했다
( 아.. 근데 갔다 조금 늦게 가서 컵은 못 받았지만 )
홍성흔도 강민호도 다쳐서 빠지고 나니
롯데타선이 상위 선수 몇명으로 국한되는거 같다
조성환은 이미 퇴역한 장교처럼
명성만 흙먼지만 날리는듯 하고
전준우 김주찬 박종윤으로 좁혀지는거는 어찌할수가 없는거 같다
저러다 준플레이 오프라도 나갈수 있을까
아~~! 나갔으면 좋겠다
준플레이오프
플레이 오프
한국시리즈의 감격을
그 두근거림과 긴장 환희를 누리고 느껴보고 싶다
야구를 안하는 월요일
갑자기 생겨나는 공황상태에 빠져 드는데
정규시즌으로 끝나버린다면
무슨 재미로 TV를 본단 말인가
야구는 내 생에 있어서
음악과 글과 함께하는 동지처럼 내 곁에서 서성이는데
남편은 또 가자고 한다
그래 가자
야구장에서 보고 싶다
몇시간의 열정이
내 삶을 보상하듯
좋아하는 일을 하고 볼수 있다는게
얼마나 마음을 행복하게 하는지
느껴가는 하루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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