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그 얼굴에 웃음이 서려졌으면..

하농17 2013. 8. 19. 10:37

 

 

 

 

 

 

간이의자에 누우면서 그 남자의 다리가 보여온다

저 남자는 잠을 자지 않고 앉아서 무얼하나

목에다 구멍을 내어서 호흡을 하고 있으면서 말을 하지 못했다

하루종일 앓다가 밤이되면 저렇게 앉아있다

 

병실을 들어서면서

짐들을 정리하고 침대에 앉는데 옆에 사람이 커튼을 치고 있다

아.. 내가 여자래서 불편해서 가리나보다며

별생각없이 쳐다보지를 안했다

 

근데 그 호흡소리가 장난이 아니다

수시로 가래를 빼는지 무엇을 빼는지 급한 숨소리를 내며 숨을 헐떡인다

 

커튼 사이로 얼굴을 쳐다봤다

바싹 야윈 남자가 옆으로 누워 얼굴을 보이고 있으며

다른 사람과는 다른 하얀 액체의 풀같은 링겔을 몇개씩 꽂고 있으며

숨만 쉬고 있었지 반 송장이나 다름없어 보였다

 

내 놀라는 기색에 연세가 있으신 환자분이 그런다

후두암인데

몇칠 남지 않았다고

죽는 날짜를 잡아 놓은 사람이라고

 

아.. 어찌해야 되나

어제 일요일 응급실에서도 페암 할아버지가 내 옆에서 누워 있었는데

그분도 그랬는데

 

엄마가 내가 입원을 했을때는 그렇게 위중한 분은 없었는데

 남자병실은 뭔지 모르게 급박하게 보인다

 

침대에 올라와서 머스마와 같이 잠을 들였다

근데 오늘밤은 잠이 오지를 않는다

아들을 저쪽으로 뉘이고

내가 커튼 사이로 약간의 공간과 함깨 그 남자의 거친 숨소리를 듣고 있다

 

겁이 난다

아니 겁이 많이 나고

이런 말 하면 뭐하지만 귀신이 옆에 서서 나를 바라보는듯

무서운 생각이 들어 얼굴을 이불로 덮었다

커튼 밑으로 누가 얼굴을 쑥 내미는 이상한 꿈도 꾸었다

 

겨우 겨우 눈을 붙인듯 한데

덜컥 저 사람 내 옆에서 오늘밤이라도 죽어버리면 어떡하지하는 생각에 계속 소름이 돋는다

 

그 남자는 찾아오는 사람 한명도 없었으며

밥도 먹지 않았으며

늘상 어디를 치료를 받고 있는지

의사가 오면 한참 머물다 가고 하루종일 사각에 든 미이라처럼 가리고 있었다

 

오늘 하루도 넘겼구나하는 안도감과 함께

밤 늦은 시간에 과장이라는 사람이 급하게 병실을 찾았으며

낮에 찍은 사진에 폐에 공기가 찼다면서

호수를 연결해서 공기를 빼 내어야 한다며

혹시 모를 죽어도 괜찮다는 동의서를 본인에게 받는듯 했다

 

호수를 달고부터는

개울가에 물 흐르는 소리처럼 졸졸졸 시냇물 소리를 내고 있다

 

다음날 오랫동안 치료를 하고 가는 남자의사선생님께 인사를 했다

간호사인지 의사인지를 물으니 인턴이라고 했다

 

참 감사하다고 인사를 드렸다

그 어떤 의무감에

그 어떤 책무에 의해 행해지는 의료일지 모르나

저 인턴은 치료를 할때마다

귀가 들리지 않는 저 남자를 향해 큰소리로 이해가 되게끔 설명을 해줬고

성의를 다해 아버지처럼 치료을 하는듯 했다

 

옆에서 보는 타인인 내가

이리 감사한 마음이 든다고 이야기를 했다

무얼요하고 웃는 인턴의 얼굴에 땀이 서려있다 

 

담배를 많이 피운게 폐에서 표가난다고 한다

후두암이라 말을 하지 못하고

귀가 들리지 않아 상대방의 입만 쳐다보는

저 남자의 남아 있는 생이 좀은 순조롭게 넘어가기를

짐시 잠깐 옆에 있었던 인연으로 하늘에 빌고 싶다

 

아직 53세 밖에 안되었는데

외로워 보이는 저 인생에도 밝은 빛이 스며 들었으면

조금이라도 아프지 않고 살아갔으면

조금이라도 아니 많이 건강하게 살다가 갔으면

 

하늘에 밀려드는 어두움을 쳐다보며

마음속으로 빌고 있다

 

건강하게 나아졌으면

아프다고 찡그리는 그 얼굴에 웃음이 서려졌으면..

 

 

 

-하루들중 둘-

 

 

 

'산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정지된 시간..  (0) 2013.09.16
밥 주세요~~! ㅋㅋ  (0) 2013.08.27
긴 하루..  (0) 2013.08.12
잘 지내나요 내 인생..  (0) 2013.06.28
비는 그래도 그리움인거 같지 그치..  (0) 2013.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