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냐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제서야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아 여기는 남자병실이구나
누구랄것도 없이 모두에게 고개를 숙이며
엄마라고 했다
저렇게 큰 아들이 있느냐는 말과 함께
요즘 엄마들은 나이를 가늠할수가 없단다
한번씩 듣는 말이래서
그럴려니 했다
정리를 하는 내내 앞에 있는 이 남자의 질문이 이어진다
아마 내게 하는 말들인거 같은데
나는 처음 이 남자가 오랜날 입원을 해서
바깥 세상에 대해 궁금한것도 많고 알고 싶은게 많은줄 알았다
아들보다 엄마가 더 아파보인다며
홍삼드링크와 먹을거를 가져다 준다
일주일 내내 동네병원을 전전하다
어제는 이 병원 응급실에 있다 퇴원을했다가
오늘 다시 입원을 하면서 내 몸도 정신도 엉망이다
짐을 다 정리하고 나서는 아들 옆에 같이 눕고 싶었는데
계속 무슨 말들을 늘어 놓는다
정말 정말 맥없어 대꾸하기가 힘이 들었는데
나는 이 남자의 호의가
한 병실에서 얼굴 부닫혀야 되는 인연으로 인해 생겨나는 관심인줄 알았다
근데 그게 도가 지나친듯 하다
모두가 수저를 씻으러 나간 사이
공원근처에서 나를 많이 봤다고 한다
아닌데 나는 남편과의 외출외에
산에가는 친구외에 그리 다니는 형이 아닌데
내가 흔한 얼굴인가보다하고 생각을 하는 순간
본인이 서면에 땅이 많다면서 퇴원해서 따로 만날수 없느냐는 말을 한다
나는 이 시간 이후로
벙어리인양
귀가 들리지 않는양
그 남자를 쳐다보지도 않았고 말을 더 줄여갔다
시간의 지루함이 어어지고 있는 날부터
나는 내 작은 메모장에 하루의 일지를 적어갔다
이상한 기척에 고개를 돌려보니
그 남자가 글들을 보고 있다
아.. 정말 기절하기 일보직전이었다
머스마의 하루 하루의 증상들을 적고 있었는데
아 이렇게도 사람이 질려갈수도 있구나하는 생각이 지배적일때
누가 내 목을 찌르고 있다
남편이 왔나 하는 반가움에 돌아보니
이 남자다
아이스크림 사줄테니 먹으러 가잔다
정말 끔찍하게도 그 손길이 싫었다
이런게 세상에서 흔히 말하는 성추행도 될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복도에 나가있는 이 남자를 보고 무표정으로 고개를 돌려 버렸다
엄마친구들은 선배들은 친구들은
나를 보면 찔러도 피 한방울 안 나올거 같이 보인다고 했었는데
암만해도 이 남자는 내가 바보 병신으로 보이는거 같다
못 먹어서 죽은 귀신도 아니고
뭐 먹자고 하는 사람
뭐 그리 내가 먹는걸 즐겨한다고
저녁에 온 남편에게 남자 말을 했다
저 남자 남편이 있을때는 나한테 말을 붙이지는 않는다
남편이 참 많이 자상하게 보인단다
아직 좋을때라고
우리가 많이 다정하게 보인단다
링겔을 꽂고 있는 머스마를 데리고 샤워장으로 갔다
머스마를 샤워를 시키고 나도 씻고 나오는데
병실에 있던 그 남자가 찾으러 올려고 했단다
아니 지가 뭔데
머리를 말리고 나니 머리를 묶지 말고 풀고 있으란다
그게 더 이쁘단다
틀림없이 기분 좋아지는 말들인거 같은데
이 남자가 하는 말은 다 듣기가 싫다
그 옆에 사람은 소리없이 챙겨주는 타입인거 같다
입원내내 굶다 머스마는 얼마전 부터 죽을 먹고 있었다
먹는게 부실한 내가 어찌 보였는지
아침을 먹지 않고 먹으라며 내게 갔다준다
말도 하지 않고 슬며시 먹을것을 가져다 준다
퇴원할때까지 그 사람이랑 눈 부딪히며 한마디도 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나보다 이틀전에 퇴원한다던 이 남자가
우리랑 같이 퇴원을 하게 되었단다
어느 시간 아침
어떤곳을 쳐다봐도 이유없이 슬퍼지던날
마음씨 좋은 우리 의사 선생님께 눈물을 머금으며 집에 가고 싶다고 했다
첫째 머스마가 가고 싶어한다고 했다
이틀뒤 퇴원수속을 할려고 하니
간호실에서는 아직 모른단다
참 많은 검사를 했다
조직검사까지 마치고 나서 약물치료만 하고 있다
가퇴원을 했다
의사의 처방과 원무과의 합의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의사의 결재가 안 떨어졌으니
일주일뒤에 다시 와야되니 그때 정식퇴원을 하면 된다기에
임의로 계산을 하는데
그 남자도 계산을 하면서 같이 가자고 한다
우와 우와 나는 진짜로 급하게 걸었다
병실에 올라와서
미리 싸 놓은 짐을 챙기고
모두에게 인사를 하고
택시를 타고 날랐다
다시는 그 남자랑 마주치기 싫었다
이런말을 하면 정말 안되지만
다른 곳에서 이 남자를 봤다면 말도 섞지 않았을거 같다
밥 먹자는 사람
술 마시자는 사람
나는 술 해독 능력이 없는 사람이라
술한잔도 아니 술 한모금도 못 마실뿐더러
그리 잡귀에도 능한 사람이 못되는거 같다
뭐 그리 소화능력이 뛰어나다고
남하고 맛있는거라며
불편한 사람이랑 앉아 먹을까 싶다
이 남자가
산을 이야기하고
자연을 이야기하며
삶을 말하고 음악을 이해하는 사람이었다며
그나마 대꾸하며 고개는 돌렸을거 같다
근데 무슨 병원에서
병실에 있는 내내 내 뒤에서 들려왔던 말이
안 들려요
안 들리나 하는 말들이었던거 같다
그래 나는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다 실없는 말로 들렸다
내게는 정지된 시간
시간들의 연속이었다..
-하루들중 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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