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긴 하루..

하농17 2013. 8. 12. 10:37




 

  


아직은 인기척이 없는거 보니 모두가 자고 있는 모양이다

아니면 의식의 저 밑바닥에서 이미 깨어 있을지도 모르나 아직은 조용하다

 

살며시 침대에서 일어나서 일회용 커피 두개를 들고 탕비실로 향했다

가져간 커피전용컵에 커피를 붓고 뜨거운 물을 따랐다

봉지의 유해성은 항상 엄두해 두고 있건만

휘휘 휘저었다

 

제일 맛이 있는 음식을 들고 병원 복도를 걷는듯

이순간 뿌듯함이 밀려든다

지금 내가 유일하게 맛볼수 있는 쉼의 휴식의 향기인거 같다

 

침대옆 간이 의자에 앉은채 바깥 풍경을 바라보았다

이 병실에 들어오면서 아주 오래된 습관처럼 무심코 눈길 머무는 곳이다

 

지어진지 얼마 되지 않은 병원인거처럼

창문으로는 산 전체가 들어오며

잘 닦여진 산책로에는 아주 이른 새벽인데도

드문 드문 사람의 흔적도 보이는듯 하다

 

내 눈에 들어오는 풍경하나에 일순간 가슴이 아릿해져 온다

어디서 보았더라

어디서 보았던가

 

삐쩍 마른 큰 키에 우뚝 솟은 봉우리 마냥

수풀속에 감추어진 나무 하나가 내 시야를 내 마음을 머물게 한다

 

아.. 사진을 찍고 싶다는 생각에 울컥해진다

아들이 침대에서 자고 있는데

이 무슨 망발이란 말인가

 

근데 이 창가에서 바라보는 산의 풍경은 아련하다 못해

내 마음전부를 흔들어 버려

바래진 세월의 무게또한 안겨다 주는거 같으니

 

붉은빛을 띈듯한 저 보랏빛의 꽃들과

노란빛의 가을색을 띄는 저 꽃들은 다 무어란 말인가

심사가 편치않는 한 여인네의 마음은 어쩌란 말인지

 

우두커니 앉아

물을 조금 넣은 진한 커피를 마시면서

일순간 잠시 잠깐 연기 저 너머로 들어오는 풍경에 마음을 빼앗긴다

 

6시가 되면 9시에 링겔을 꽂을거라는 간호사의

미소띈 목소리와 함께 링켈수레가 도착할것이며

드르륵 드르륵 7시가 되면 밥수레와 함께 우리 머스마의 죽이 올것이다

 

이 검사 저 검사로 내내 굶다가 죽을 먹기 시작했다

이 또한 행복이다

 

하고 싶은 일이 얼마나 많이 생겨나는지

덤덤해 하던 내 일상이 얼마나 큰 행복이었는지

지금 이 시간 내 보금자리가 얼마나 그리운지를

느껴가는 시간인거 같다

 

글이 쓰고 싶고

음악이 듣고 싶다

 

음악은..

내 어찌 음악을 떠나 살수 있을까 싶다..!

 

 

-하루들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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