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다
나는 괜찮다
아주 많이 괜찮다
아니다
안 괜찮다
수시로 답답해져 오는 마음이 생겨 아프고 아프다
언젠가는 내가 짊어져야 될 짐이라고는 생각했다
막연하게 아주 막연하게
내가 갚아야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한 마음으로 살아왔던거 같다
그 몇천이라는 돈을
내가 열심히 살아서 차곡 차곡 모아 온 돈을
비가 부슬 부슬 오는게 아니라
내 억울한 마음을 대변이라도 하듯
소나기처럼 마구 마구 퍼 붓던날
은행에 들러 돈을 찾으면서
눈물이 찔끔찔끔 나오는데
아가씨가 내 기색을 살피면서
뽑아다 주는 커피를 마시는데
커피색위로 눈물이 뚝 떨어지려 한다
오만원권 지폐가 이천 이백이 넘어가니 부피가 좀 되는거 같다
수표 한장으로 하는거처럼
생각없이 천 가방하나 어깨에 메고 갔는데
아가씨가 그러면 안되겠다며 가방을 하나 갖다준다
고마운 사람들
낯이 익었다는것은 참 좋은 일인거 같다
숟가락수는 몰라도
어떤 사람인줄은 안다는거는
한 사람의 취향을 안다는거는 참 편해지는거 같다
한번도 내가 쓰 보지도 못한 돈을
내 집 잡혀서
몇칠 쓸거라며 빌려간 돈을
이번거까지 내가 다 갚으면
도대체 내 돈을 얼마나 들고 갔을까
한 손의 손가락수보다 훨 넘어가니
지는 외제차 타고 다니고
두딸들 유학보내고
큰 딸애 이번에 결혼할때 아파트도 사줬다고 하는데
십년이 넘어가도록 빌려준 돈 갚을 생각 아예하지 않고
달달이 내던 이자 12월부터 내지 않았다고
은행에서는 우리집에 뭐가 날아오는데
나는 피가 마른다
비가 많이도 온다
서면에서 집까지 걸어 왔다
눌러쓴 모자위로 우산을 받치고
눈물인지 빗물인지 모르게 울었다
아무도 없어서 나 밖에 없어서
빗소리에 씻겨 나갈거 같아
마음 편히 소리내서 울었다
돈이 문제가 아니었던거 같다
돈은 있다가도 없는거라지만
어떻게 하면
어떤 마음이면
어떻게 생겼으면
한 배 안에서 태어난 핏줄한테
형제한테 이렇게 까지 잔인해질수 있는지
참 마음이 아프다
아파서 죽을거 같다
아버지
내가 무슨 죄를 그렇게 많이 지었다고
내게 왜 그러느냐고
엄마하고 같이 사는
세월들은 오빠들은 왜 생각하지 않느냐고
아들 넷에 딸하나
왜 나는 혼자인듯 이렇게 외롭게 만드느냐고
어디에다 이야기해야 되느냐고
왜 나한테 모두들 이러느냐고
점점 더 사람과는 멀어져 가고
말문은 더 닫혀져 가는데
늘어가는거는 눈물뿐만이 아닌거 같은데
누구라도 뭐라고 하면
웬지모를 서러움에 툭 눈물부터 나려 하는데
왜 나는 한번도 쓰보지도 못하고
만져보지도 못한 돈을
우리가 노력해서 모은 돈을
왜 그들은 그렇게 쉽게 가져가서 내어 놓지 않느냐고
고마운줄 모르고
잠적해 버리는 그 사람들
나보고 어떻게 하라고 이런 상황들을 가져다 주냐고
아버지 마음이 너무 너무 아프다
어떻게 나한테 이러느냐고
은행직원이 그러더라
내 신용등급이 1등급이라고
딸아이 외국보내면서
외환은행에서 카드를 만들면
실적에 따라 특헤를 받을수 있다면서
내 신용등급을 조회하며 말해주는데
그랬던거 같다
달셋방 산다고 전셋방 얻어야 된다며
빌려간 어떤 여자
그 사람도 연락이 없고
돈 받아주겠다며
내 돈 들고 간 사람도 연락이 없고
왜 나는 그리 살지 않았는데
모두들 나한테 사기만 칠려고 하는지
세상이 그런거라고
형제는 친정식구는 참 무서웠던거 같다
내 돈을 받던 은행직원은 참 친절했다
비가 억수로 오던 날에
창구가 비어 있던 그 공간에서
눈에는 물기가 가득하고
입술은 말라 붙어 껍질이 일어나 있고
무슨 말만 하면 눈가에 눈물이 고여들던 낯선 이에게
쥬스를 갖다주면서
다음에는 자기 은행에 거래를 해 달라고 웃음을 띤다
아니요
이 은행은 다시는 오지 않을겁니다
뭐가 날아올때마다
가슴이 조여왔고
오빠에게 어떻게 되었냐고 연락을 하면서
내 십여년이 그렇게 흘러 왔던거 같다
수고하셨다고
감사하다고
늦었지만 새해 복많이 받으시라며
은행문으로 향하는 내 뒤로
그 사람의 시선이 머물었는지 그또한 모르겠지만
그 사람이 선물이라며 들고 가라던 쇼핑백이
은행문을 나서는 내 손에 들려져 있었다
몇칠을 몇칠동안
은행에 관계되는 이야기는
평생 형제들 등 쳐먹고 사는 그 놈 이야기는
아무에게도 하지 않았고 내내 앓았다
따스해지는 봄날이라 하는데
나는 왜 이리 추운지
괜찮아
나는 괜찮아
나는 사람을 아프게 하지도 않았고
남의 눈에 피 눈물나게도 하지 않았으니까
죄는 지은대로 가고 공은 닦는대로 간단다
아버지가 하늘이 보고 계실거다
이제는 재미있게 살자
자연도 보고
외국에 가있는 내 딸과도 다시 이야기를 하고 낄낄거리자
이렇게라도 일기를 쓰자
그러자
수고했다
장해
착해
넌 충분히 베풀면서
착하게 살아왔어
엄마한테
시엄마한테 더 잘하자
아버님
아버지 저희들 곁에서 저 좀 돌봐주세요
나쁜일은 이제 안 생겼으면 좋겠어요
.
.
.
근데 이제 다 끝났는데
괘씸한 마음은 없어지지 않고
시간이 흐를수록 마음은 더 아파지고
남도 아닌 형제한테
그 보다 더 마음이 답답해져 오는거는
자기 자신이 얼마나 부모 형제한테 나쁜 일을 저지르고 사는지
모르는게 더 마음이 아파오는거 같다..
2015년 3얼 1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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