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Jürgen Görg

하농17 2016. 4. 19. 10:37






+ 꽃잎

꽃잎처럼
스러질 목숨이라면

꽃잎처럼
살기로 하자

이 세상 무수히 많은
꽃잎들 중의

이름 없는 하나로
살기로 하자

나는 나의 꽃으로
너는 너의 꽃으로

세상의 어느 모퉁이
한 점 빛이 되기로 하자

이 짧은 목숨 마감하는
그 날까지

꽃잎처럼 순하게
살기로 하자







+ 꽃잎

꽃잎은 겨우
한 계절을 살면서도

세상에 죄 지은 일
하나 없는 양

언제 보아도
해맑게 웃는 얼굴이다

잠시 살다가
총총 사라지는

가난한 목숨의
저리도 환한 미소

마음 하나
텅 비워 살면

나의 생에도
꽃잎의 미소가 피려나






+ 들국화 사랑

세상에는 클래식한 사랑도
더러 있을 테지만

정말 맛깔스런 사랑은
뽕짝 사랑일 것이다

봄날 목련 같이 품격 있는
사랑이 얼마나 있을까

늦가을 들국화처럼
소박한 사랑이 내게는 제격이다

이따금 네가 미워
사납게 눈을 흘기면서도

사랑의 진실 하나 꽃씨로
품은 그런 사랑이 나는 좋아라





 


  + 들꽃의 노래

유명한 이름은
갖지 못하여도 좋으리

세상의 한 작은 모퉁이
이름 없는 꽃이 되어

지나가는 사람들이
몰라봐도 서운치 않으리

해맑은 영혼을 가진
오직 한 사람의

순수한 눈빛 하나만
와 닿으면 행복하리

경탄을 자아낼 만한
화려한 꽃은 아니더라도

나만의 소박한 꽃과 향기로
살며시 피고 지면 그뿐

장미나 목련의 우아한 자태는
나의 몫이 아닌 것을

무명(無名)한
나의 꽃, 나의 존재를

아름다운
숙명으로 여기며 살아가리..  




* 정연복(鄭然福) : 1957년 서울 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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