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에 앉아있는 아들을 쳐다보면서
나는 MP를 꽂고 멍청하게 앉아있었다
근데 정말 신기한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달력에 시험일지를 자기 손으로 적고 있었다
작년까지만해도 내가 적어줬었는데
중학교때였나
4년을 시험감독하러 학교에 가면서
한해의 계획을 미리 알아서
애들 책상앞에 놓여진 달력에 적어주고는 했는데
아이들 아빠는 자기들이 알아서 하는거라고
그렇게 해주다보면 안된다고
무엇을 빠뜨려서 안들고 가면 혼나면 자기가 알아서 준비한다고
그렇게 누누히 이야기하며
챙겨주는 나를 뭐라할때 있었다
그래도 나는 옆에서 한번씩 일러주는것도 괜찮다고
내 자식 어디에서고 당황해하는거 싫다고
그러면서 무슨일이던 같이 동참하는 일이 많았다
근데
지금 일년일지를 달력에 자기 손으로 적고 있는거다
아..!
가슴속에서 잔잔한 파문이 감동이 일었다
계획성있게 자기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 오는거 였다
말로서 이야기 하지 않아도 습관처럼 보아온 엄마의 생활에서
머스마는 받아들이고 알고 있었던거다
강요하지 않았고 그렇게 하라고 말하지 않았는데
잘 자라주는 머스마가 요즈음은 참 많이 고맙고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시험을 치고 허겁지겁 문을 여는 소리에
천천히 오지..!
빨리 오고 싶어서하는 말에 나는 앞서간다
엄마보고 싶어서..?
한참동안 그날 일과를 보고하는 머스마 얼굴을 쳐다보면서
요즈음은 시간이 아까운거 같아서
머스마가 변기통에 앉아있을때
바로 앞에 앉아서 이야기를 들어준다
무슨 이야기가 그리 많은지
학교 급식 반찬이 어떠했으며
어느 시간에 잠이 많이 왔으며
어느 선생님이 어떻게 했다고
그런 이야기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그래도 혀를 내두를 이야기도 곧잘 내려놓는다
현 정부에 대한 자신의 관점도
어제는 검찰의 비리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ㅎ
북한에 대한 이야기도
미국의 북핵 6자회담도
어릴때는 엄마의 보는 시각에 따라 이야기도 들어 주더니
요즈음은 곧잘 반대 의견도 내어 놓고는 한다
그럴때면 언젠가는 내 상식으로는 모자라지 않나도 싶다
마음에 맞는 선생님이랑
메일도 홈피도 왔다 갔다 하는거 같은데
지금 고등학교 음악 총각선생님과는 아주 뜻이 잘 맞는 눈치다
정치이야기도 많이 하는거 같으며
그 선생님이 작곡한 음악도 들려주는거 같다
홈피에 받아서 나한테 들어보라고 하는데
내 의견과 많이 상반된 견해로 둘이 이야기하는거 같지만
아들이 간추려 생각을 정리해 나가는거 같다
고개 돌릴때 마다 눈에 익은 홈피에 들어 가는지라
누군데 하고 물어보니
얼마전까지 학원선생님을 하다 지금은 연구소에 계신 선생님이란다
수학여행 잘 갔다오라고 시험 잘 치라고하는 메시지를 남기길래
어제는 은근히 그래져서 선생님 나이를 물었다
몇살이냐고
나이가 많이 차이가 난단다
그런데 이쁘단다
그래 하고 말을 접었지만 친하기는 참 친한거 같다
우리 머스마 아직 애기인거 같은데
시험때는 자기전까지 자기 옆에 있어달라는 아이인데
내 가슴에서 내 마음에서 자라던 애기
이제는 엄마보다 키 큰 어른이 되어간다
나는 엄마라는 여자이지만
나중에 아빠가
멋진 남자가 되어갈 잘생긴 아들이다
나는 남자가 참 멋지게 보일때가 있다
그런 남자가 되어갈 내 아들이 있다는거
아들의 모습으로 인해 가슴이 살살 녹아내릴때가 많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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