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꽃담 / 김승해

하농17 2013. 3. 25. 10:37

 

 

(2013  3  20  범어사 담장너머.. )

 

 

오랜만에 만난 너와 옛 궁터 걷는데

어찌 사냔 물음에

세상 담쌓고 산다했지

 

담쌓고 산다고?

흙 속에 단단히 박힌

기와조각 같은 네가 쌓은 것이

한 채에 두른 담이라면

덧나기 쉬운 것들은 빗장 지르고

흐르기 쉬운 것들은 흙으로 개어

꼭꼭 눌러 박은 이파리 붉음 한

자경전 저 꽃담 같은 거겠지

 

배롱나무 꽃 지고 여름 다 가는 날

너는 깊이 담쌓아 감춘 것을

내게 들켰으니

저 담 끝에 문 하나 두어도 좋겠다

문 끝에 이파리 하나 돋을 새겨도 좋겠다

 

담이 높아도 꽃은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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