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겨울끝에 찾아 온 손님..

하농17 2017. 3. 21. 10:37

 

 

 

(아파트 화단가에 피어있는 매화 / 어느날의 봄 )

 

 

마트에 가면서도 미처 보지 못했었는데

아파트로 들어서면서 무심코 머문 눈길에

마음이 환하게 밝아 온다

 

언제 이렇게 피었지

정말 봄의 전령이 오기는 왔나 보다

봄은 그저 따스함만을 가져다 주는

긴 겨울끝에 찾아드는

잠시 머물다 가는 손님인줄만 알았는데

 

 

 

 

  

태동이 데려다주는

형형색색의 화사한 색채들이

시끄러움과 번잡함이라 생각하며 살아왔던거 같다

아마 가을과 겨울이 안겨다 주는 정적과 고요를 더 좋아했던거 같다

 

사온 물건들을 들여 놓고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뚜렷히 들어나는 선명한 속살같은 햇살에 색을 빼앗기듯

나는 잠시 현기증이 인다

 

 

 

 

 

가만히 눈을 감고  

하늘 올려다 보며 허공에 팔을 벌렸다

무엇이 만져지기라도 하듯

위에서 아래로 손으로 흟어 내려갔다

 

언제부터 생겨난 버릇인지는 잘 생각이 나지 않지만

나는 때때로 이런 행동들로 인해

마음의 위로와 함께 안정을 찾아 간다

 


 

  

 

  


 

여기 저기 봄이다

벌써 저만치서 매화가 활짝 피어나

제 색을 띄며 작고 앙징맞은 고고함을 자랑하고 있고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햇살을 많이 받았는지

목련이 연한빛의 봉우리를 만들며

막 알을 깨고 나온 병아리를 맞이하는 거 처럼 새순을 터트리고 있다

 

짙고 연한 보라색을 띈 제비꽃은 내 발 밑을 스쳐 오고

이름만큼 고운 노랗고 하얀 수선화는 수줍은듯 고개 들어 오고

아직 많이 여린 쑥들이 눈에 밟혀 온다

 

눈 돌리면 창으로 들어오는

집 앞 박태기나무에는

자주색의 열매가 올망 졸망 맺히기 시작할것이다

 

저만치서 소리없이 온 봄 손님이

제대로의 향연으로 바삐 숨을 쉬고 있었나 보다

 


 

 


한참

느릿 느릿

 

음악을 따라 무심코 습관적으로 옮기는 내 걸음위로

새순들의 찬연함과

세월의 흔적들이 긴 그림자 되어 내려 앉는다

 

계절의 변환속에서

우리 또한 하염없이 흘러가겠지..

 

 




'산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후 10월..  (0) 2017.11.14
길위에서..  (0) 2017.06.13
한해의 끝자락에서..  (0) 2016.12.30
아들을 위한 기도..  (0) 2016.11.29
베고 누운 가을 언저리가..  (0) 2016.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