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12 7 내 부츠발자국..
왜
커텐치고 있나
응
지금 빨리 바깥에 쳐다봐라
눈 많이 온다
정말
베란다로 나갔는데
정말 눈이 펑펑이다
빨리 끊어
커피한잔 마시고 사진찍으러 가야겠다
( 금방이라도 눈이 그칠거 같아서
금방 다 녹아버려서 흔적만 보일거 같아서 )
바깥이 무진장 추워보인다
겨울 솜바지를 꺼내어서 입고
웃옷들을 차곡차곡 입고
목도리 수면양말을 신고 중무장을 하고 나갔다
우와
와우
아~~악
감격잘하고
울기도 잘하고
감정에 충실한 내가 가만히 쳐다볼리가 없고
( 내 표정이 얼마나 밝았으면
경비아저씨가 나와서 사진 다 찍고 나면 보여 달라고 했으니..ㅋㅋㅎㅎ)
카메라 셔터를 눌리기 시작했다
( 나는 풍경이 그럴듯 하면
들어요 찍어요하듯
몇초만에 셔터를 눌리는거 같다
그게 좋은건지 나쁜건지 잘은 모르겠지만 )
우산을 쓰고서
우산을 저리 던져두고서
하늘, 산
아파트 화단
산으로 올라가는 길
한참 걸어서 절로 들어서던 길가 풍경
아직도 가을인줄 알고
지들이 마지막 잎새인양 정신없이 매달려있는 나무들 모두에게
첫눈내려 그들의 살점 더듬듯
포옹하듯 키스하듯 불빛세례를 팡팡 터뜨렸다
여기는 눈을 보기가 어렵다
겨울은 동면하듯
겨울잠을 자는거 같다
겨울은 그저 몸과 마음에 한기만 서려
뼛속까지 시려왔고 추위에 움츠려들어
집밖으로는 나가지도 나갈 생각도 하지 않으며 지내왔다
세상또한 사인듯
정적속에 파묻혀 지는거 같았고
숨죽이듯 말을 잃어갔다
첫눈 오는날
아무도 밟지 않던 길 한 모퉁이에서
내 첫발자욱을 한발 한발 내 디디며
눈속에 마음속에 새기고 오듯
나는 누구를 만나고 싶었을까
여기서 살면서 첫눈오는날 만나자는 약속은
영원히 만나지 말자는 약속이나 다름없었다
눈은 내게 있어 특별한 의미로 다가서지 않았지만
그저 첫눈이 온다고
좋아하는 이에게 전화한통 받고 싶은 날이었던거 같다
.
.
.
그 전화를 남편에게 받았다
이 남자
살아갈수록 진국인거 같은 내 남자
술 한모금도 힘들어 하는 내게
술 냄새를 평생 맡게 하더니
술 빼고는
한번씩 무심해 지는거 외에는
별 나무랄데가 없다는 생각드니
내곁에서 오래 오래 살아가줬으면 좋을
고마운 사람이니
내 소중한 사람이니
눈이 오면
첫눈이 오면
나는 무엇이 하고 싶었을까
세상에서 흔히 말하는
첫눈의 의미는 내게는 무엇일까
.
.
.
한발
사뿐
찰칵
두발
뽀드득
찰칵
.
.
.
자연이 주는 기쁨은 참 큰거 같다
영화속 주인공이 된양
두팔벌려 하늘을 보며 크게 웃게도 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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