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정

황홀한 설렘..

하농17 2013. 2. 1. 10:37

 

 

 

공양간 시주승이였나 보다

제기에 음식을 가득담아 품에 안으며

다리를 건너고 있었다

 

나도 건너고 싶었다

멀리서 스님이 걷는 풍경은 내게 이상한 저림을 안겨주는거 같았다

 

잘 걸을수 있을거 같았다

 

 

 

 

 

근데 어.. 이게 아니다

계단끝에 다다르는 순간

땅을 밑을 물흐르는 개울가를 쳐다보지를 못할거 같다

 

안 그래도 잘 흔들리는 머리가

(미친다 사진 리얼하게도 찍어놓았다)

땅이 한번씩 내 머리위로 올라오는 착각들때 있어

남편팔짱을 끼고 걸을때 많은데

 

눈이 빙글 빙글 돌았다

한발만 잘 못 디디면 밑으로 떨어질거 같다

 

 

 

 

 

아.. 무서워

어떻게 해

도저히 못 건널거 같다

다리가 후덜거리고

머리는 빙빙도는거 같고

 

가슴은 두근 두근

이상한 공포감이 몰려들고

아무리해도 길을 잘못 들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상외로 다리는 높아보였다

멀리서 볼때는 그냥 낮은 다리로만

풍경이 좋은 다리로만 보였는데

 

저 다리만 건너면

다른 생이 기다리고 있듯

더 멋진 가을이 기다리고 있을줄 알고서 발을 내 디뎠는데

 

 

 

 

 

남편을 보고

이 다리 안 건너고 싶다고 손짓하며

뒤돌아서 가고 싶다고 했다

 

남편은 내가 쩔쩔 뒤뚱거리는 모습이 연신 재미있다고

손짓을 해가며 건너라고 한다

 

응 정말 무섭다고

되게 높은거 같다고

어지럽다고 했는데도

 

 

 

 

 

심호흡을 하고

눈을 가다듬고

마음을 가지런히 하고

 

여기를 넘어서면

내 모든 마음속 염원이 이루어질거 같다는 생각을 하며

건너기로 마음을 다 잡았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눈을 중앙에 모으면서

걸었다

 

 

 

 

 

아 드디어 다 왔다

 

짧은 순간이었는데

힘이 들었다

그대로 앉아버렸다

 

다리는 여전히 후덜거렸고

오늘 하루의 기운을 다 쇄진한양

힘이 짝 빠지는거 같았다

 

남편은 껄껄 넘어가고

 

나는 무서워를 연발하고

 

 

 

 

 

아.. 맥없어

 

남편은 연신 사진을 찍어대더니

내 하는 행동때문인지 웃음을 멈추지를 않더니만

자기는 성큼 성큼 건너오면서 내게 던진말

 

아 생각보다 높네

어 좀 그러네 한다

 

그렇제

한번 해봐야 된다

 

에잇 내가 누구 건너는거 사진찍었어야 되는데

아깝다

 

 

 

 

 

봄은 남쪽에서

가을은 북쪽에서 온다는 말처럼

나는 언제부터인가 여름끝에서 가을을 맞이한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아주 오랫동안

겨울의 길목에 서 있는데도

내 마음속에는 가을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

 

아니 어쩌면 일년 열두달이 가을을 위해 이루어진듯

11월의 문턱에서 서성이며 살아가고 있다

 

또 다시 몸 움츠러드는 겨울이 오고

계절의 순환처럼

다른 계절들이 찾아들테지만

 

이 해의 가을의 자욱 그 자취는 다시 오지 않을거 같다

참 이뻤던 가을이었던거 같다

 

세상이

산의 물듦보다 더한 바래짐으로

내 마음 진하게 물들여서

 

황홀한 설렘으로 낙엽안겨주는 행복감을 가슴에 품어줬던거 같다

나는 점 점 더 가을을 즐길줄 아는 여자가 되어간다

 

적당히 말을 줄이며

적당한 생각을 하며

적당히 색에 취할줄 아는

 

그 옛날 누가

너 참 괜찮은 여자라고 했었는데..

 

 

 

2012년  11월  가을산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