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우두망찰님
네가 나를 자작나무라 부르고 떠난 후
난 자작나무가 되었다
누군가를 그 무엇이라 불러준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때로는 위험한가를 알지만
자작나무나 풀꽃으로 부르기 위해
제 영혼의 입술을 가다듬고
셀 수 없이 익혔을 아름다운 발성법
누구나 애절하게 한 사람을 그 무엇이라 부르고 싶거나 부르지만
한 사람은 부르는 소리 전혀 들리지 않는 곳으로 흘러가거나
세상 건너편에 서 있다
우리가 서로를 그 무엇이라 불러준다면
우리는 기꺼이 그 무엇이 되어 어둑한 골목에
환한 외등이나 꽃으로 밤새 타오르며 기다리자
새벽이 오는 발소리를 그렇게 기다리자
네가 나를 자작나무라 불러주었듯
너를 별이라 불러주었을 때 캄캄한 자작나무숲 위로
네가 별로 떠올라 휘날리면 나만의 별이라 고집하지 않겠다
네가 나를 자작나무라 부를 때 난 자작나무가 되었다..
'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참 좋은 말 / 천양희 (0) | 2012.11.15 |
---|---|
마음의 방 / 김수우 (0) | 2012.11.12 |
오분간 / 나희덕 (0) | 2012.10.22 |
서랍 / 이귀영 (0) | 2012.10.17 |
가을 / 김용택 (0) | 2012.10.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