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망각으로 묻히기엔 / 김경태

하농17 2012. 2. 23. 10:27

 

 
망각으로 뭍히기엔    蓮興 / 김경태 
아직도
나의 여린 가슴에 그대로 남아 있는
당신의 달콤한 입술
파르르 떨던 갸날픈 꽃잎은
어느새 차가운 눈꽃이 되었는가
추스릴 수 없는 순간처럼
뿌우연 잿빛으로 사라지던 날
갈 곳을 잃은 나의 편지는
내 가슴 속으로 뭍히고 그로부터 내내
가슴앓이로 되새김을 한다
세월이 흐르면
한 잎 낙엽으로 떨어져 흙이 되고
다시 낙엽으로 떨어져 
망각의 싹을 틔우겠지만
눌러도 눌러도
목젖을 타고 올라오는 뜨거운 불덩이를
재울 수 없는 밤에는,
홀로 뒤척이다 하얗게 지새는 밤에는
수척해 진 나의 영혼이 불쌍해 진다
사랑합니다
아직도 당신을 사랑합니다
부질없는 몸무림이 너무 불쌍해 진다
혹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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