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11월 / 이서린

하농17 2011. 11. 28. 09:27

 

 

 

 

 

 

 

 

낙엽처럼 불면이 쌓이는 날이 많아 졌다

종종 새벽녁에 비가 흩뿌린날

생각보다 오래 살았다는 느낌에

유서같은 일기를 두서없이 쓰기도 한다

 

가끔 안주도 없이 술을 털어넣듯 마시다

미친듯이 밤길을 휘적 휘적 걷다가

한 사람안에 웃고 있는 또 한 사람을 생각하다

모든걸 게워내듯 오래 오래 울기도 하는

 

이침이면 퉁퉁 부은 눈으로

식구들의 밥을 차리고

빨개진 눈으로 배웅을 하고

꾸역꾸역 혼자 밥 먹는 이 슬픈 식욕

그래도 검은 커피를 위로 삼아

마당에 빨래를 넌다

 

조금씩 말라가는 손목은 얇은 햇빛에 맡기고

흐르는 구름을 보다 눈을 감으면

툭 떨어지는 감나무 잎

세상은 저렇게 떠나야 하는것

조만간 가야할때를 살펴야 하는거

 

길어지는 그림자를 보며

지는 해는 왜 붉은가를 생각하다가

흉터는 왜 붉은가를 생각해보는

이대로 증발하고 싶은 저무는 하늘

 

아직 살아있는 내가

찬물에 손을 담고 쌀을 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