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간이역 / 윤영초

하농17 2011. 11. 17. 09:17
 

 

 

 

 

그림자만 밟고도
키가 우뚝 커버린 해바라기 그리움처럼 여물고
염치없는 더위는 간이역에 휴식처럼 누웠다

 

 늘어진 철로변에
한 줄기 바람 서늘히 스치면
해바라기 목을 뺀 그리움
알알이 가슴에 박혀 촘촘히 여물고


떠남이 있는 기차는
똑똑 여문 씨앗 수보다  더 많은 이별을 본다
 
다시 돌아오는 역사에
노랗게 웃으며 반겨줄 해바라기
텅 빈 간이역 한낮은
이별 후 서운함처럼 늘 쓸쓸하다
 
해거름이 오면 마지막 밤처럼
기차는 이별을 싣고 역사를 떠날 채비를 하면
그리운 사람 보낼 때처럼 등골이 오싹하게 슬프다
 
살아있음이 부담스런 어둠이 오면
간이역에 부는 밤바람 해바라기 씨앗에 스치며
저기 나는 새의 깃털은 가볍게 밤으로 날아간다


때때로
간이역은 텅 비어 가볍다..

                                                                                        
♬...배따라기 / 너의 기억 저편으로 [연주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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