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강가에서 / 고정희

하농17 2012. 3. 28. 10:40

 


 

 



할 말이 차츰 없어지고

다시는 편지도 쓸수 없는 날이 왔습니다

 

유유히 내 생을 가로 질러 흐르는

유년의 푸른 풀밭 강뜩에 나와

물이 흐르는 쪽으로

오매 불망 그대에게 주고 싶은 마음 한 쪽 뚝 떼어

 

가거라 가거라 실어 보내니

그 위에 홀연히 햇빛 부서지는 모

그 위에 남서풍이 입맞춤하는 모습

바라보는 일로도 해 저물었습니다

 

불현듯 강 건너 빈 집에 불이 켜지고

사립에 그대 영혼 같은 노을이 걸리니

바위틈에 매어 놓은 목란배 한 척

황혼을 따라

그대 사는 쪽으로 노를 저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