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쪽 문이 바람에 한 겹 밀리고
이쪽 문이 한 겹 열리는 것이 보인다
소리 없이 원근이 사라진 한낮 눈앞이 뿌옇다
물컵에 비친 나는 잠시 흔들린다
그대의 들숨이 한 번 아주 오래전에 쉬어졌음을
주름 진 공기의 층이 증명해 준다
투명한 반작용이다
나는 결국 한 모금만큼의 숨이 부족했을 뿐 이라고 중얼거린다
몸 안에 고여 있는 잠이 꿈틀거린다
물컵은 아까부터 투명하다
이건 오랫동안 계속된 차가운 공백이다
누가 내 꿈을 헐어내고 있는가
얼마 전부터 나는 자주 보이지 않는다
누군가의 악몽 속에서 나는 반복되는 여자다
저쪽 문이 한 겹 바람에 열리고 이쪽 문이 닫힌다
물컵은 아까부터 거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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