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문들 / 하재연

하농17 2012. 3. 29. 10:37

 

 

 

 

 

  저쪽 문이 바람에 한 겹 밀리고

이쪽 문이 한 겹 열리는 것이 보인다

소리 없이 원근이 사라진 한낮 눈앞이 뿌옇다

물컵에 비친 나는 잠시 흔들린다

 

  그대의 들숨이 한 번 아주 오래전에 쉬어졌음을

주름 진 공기의 층이 증명해 준다

투명한 반작용이다

나는 결국 한 모금만큼의 숨이 부족했을 뿐 이라고 중얼거린다

 

  몸 안에 고여 있는 잠이 꿈틀거린다

물컵은 아까부터 투명하다

이건 오랫동안 계속된 차가운 공백이다

누가 내 꿈을 헐어내고 있는가

 

  얼마 전부터 나는 자주 보이지 않는다

누군가의 악몽 속에서 나는 반복되는 여자다

저쪽 문이 한 겹 바람에 열리고 이쪽 문이 닫힌다

물컵은 아까부터 거기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