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재수
대충 오후
위쪽으로 30여분쯤 느릿 느릿 걸으면 어린이 대공원
아파트 내리막 길따라 10분쯤 걸으면 시민공원
가을이 토닥 토닥 앞 다투어 자기들을 보아 달라고
창문 비집어 속삭여 오고
올해는 절대로 그냥 저냥의 모양새로
쉽게 가을을 보내지 않겠다는
굳은 열망과 다짐으로..ㅋㅋ
하루는 여기
또 하루는 저기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는 중인데
우와 와우 재수 재수 왕재수~~
그것도 딸아이 학교에서 목공예 졸업전시를 하고 있다
여기 이 공간은 작은 갤러리로
몇칠이나 몇달 사이로
서예전시 무명인들의 그림 사진전시를 바꾸어 가면서 하고 있다
(각나라의 그림전시 판토마임 꽃전시 서예전을 다 보고 나가면서
제각기 카메라에 담아 봤던 날들 또한 있었는데
하지만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는거는
내가 어느 그림앞에 멈추어서
아들이랑 서로 좋아하는 그림의 취향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어떤 사람이 내 옆으로 다가서더니 내가 보던 그림을 카메라에 담는거였다
순간 아래 위
완전 예술을 하는 사람처럼
무지 부드럽게 분위기 있게 생겼던거 같았는데
ㅎ 내가 좋아하는 타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일행이랑 말을 하는걸 보니 일본사람이었다는거.. )
안내하는 학생들이 모두 다 친근하게 다가선다
젊음이라는게 참 풋풋하고 싱그럽다
내 딸아이도 같은 학교라고 하니 과를 물어오기도 한다
사진을 찍어도 되냐는 물음에
반겨하며 이상스레 많이 좋아라한다
자기 작품들이 다른 사람들 사진속에 담기어져
혹 모를 인터넷에 게재된다는게 참 기분이 좋아진단다
딸아이 이야기를 하면서
내게 설명해 주던 그 여학생 오빠도 미국에 5년동안 유학을 갔었고
지금 한국에 와서 평택 지구 미군부대에서 근무하고 있다는데
나는 요즈음 내게 일어나는 증상에 대해 물어봤다
엄마는 오빠 보내놓고 어땟냐니까
여학생 엄마도 보고 싶다면서 툭하면 울더란다
나만 이상한가 했다
다른 엄마들은 안 그런데 나만 유독스러운가 싶었더니
다른 엄마들도 걱정이 떠나질 않아 나처럼 그런 증상을 겪는다고 하니
좀은 위로가 되는거 였다
한동안 내가 심각하게 눈물이 많아져
정신병원에 들려볼까하는 생각을 지인하고 친구한테 내 비추었더니
두 친구 모두가 말려왔다
정신병원 약 먹으면
맥없어 지고 기운없어 하루 종일 자게 될지도 모른다고
친구는 모임에 자주 나오라고 했고
지인또한 적극적으로 말리는 거였다
그러고 보니
자식을 멀리 보낸 엄마들이 비슷하게 시간들을 보낸다고 하니
한결 마음이 놓여지는거 였다
저 화장대는 쓰임이 참 불편할거 같다고
이렇게 옆으로 고개숙여서 거울을 봐야 한다는거 너무 그럴거 같다는 말에
학생도 웃으며 자기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그런다
그냥 자리 차지하는 장식용이라면 몰라도
거울을 다시 크게 해야 될거 같다 내 생각에는
화장대를 사용하는 사람은
그래도 여자가 좀은 많을테고
여자는 아무리 나이가 들어가도
거울을 보는 본능은 살아 숨쉬기에
나는 단순
한사람 한 가지 한 무덤파는 형이기에
가구도 옷도 단순 심플한게 좋다
만져보고 마음껏 눌러봐도 된다는 여학생 말에
가구를 살짝 만져 보는데 튼실했다
개개인의 작품이라 그런지
한사람 한사람의 정성과 노력이 들어간 새내기의 작품이라 그런지
견고하고 단단했으며
나무의 재질과 색감 모두를 살려낸 작품들이라는 생각이 들게끔 했다
야광 가구라서
그 기능을 보여주기 위해 불빛을 비추는거란다
가구도 야광이 있다.. 후
처음부터 안내해주는 여학생의 배려로
진열되어 있는 사진 카드 한 묶음을 받으면서
우리집 가구도 거의 아이보리라
저 의자 테두리에 실땀 하나 하나 바느질
엮어 놓은듯 그림을 그려 놓은듯한 정성은 알겠지만
나같으면 테두리 무늬가 없는 의자를
살거 같다는 생각을 잠시 하면서 자리를 옮겼다
역시 사교성있고
해실 해실 밝게 잘 웃어대던
내가 처음 이 공간에 들어서면서
내 눈길에 마주치고
안내와 함께 설명을 해주던 여학생의 작품이다
머리맡을 받쳐주는게 있었으면
앉아서 무어라도 보라고..?
일순간 병원침대가 연상이 되었지만
처음 그 침대를 마주하던 순간에는
아.. 하고 감탄을 했던거 같다
원목의 색깔과 조명
한지의 토속적인 느낌이 물씬 묻어 나왔던걸로 지금 기억이 된다
.
.
.
요즈음 대량으로 기계로 찍어 놓은 가구들에 비해
하나 하나 손으로 장인의 정성으로 만들어 놓은 가구들
가격대비 그런걸로도 시장개척이 좀 그렇지 않겠느냐고
취직은 하면서 나 자신 말끝이 흐려진다
이 아이들의 미래가 밝았으면 좋겠다
내 딸 내 아들도 함께 살아갈 미래가
희망이 많이 샘솟았으면 하고 바램하고 바램해본다
모든 부모의 마음은 다 같을덴데..
우리는 그 어떤 길이라도
걸어가야 되겠지
모퉁이 돌고 돌아
또 다른 모퉁이의 길을 걸으며
때로는 가슴 뒤로 젖히며 웃기도 하고
때로는 복받쳐 오르는 시련에 울어도 보면서
그래도 견디며 살아가야 되겠지..
2015, 11.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