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저녁만 되면 정신줄을 놓느냐고 뭐라고 이야기 해놓고
병원문을 나서는 내가 내가 아니다
정말 잘하자고
정말 최선을 다하자고 맹세를 한날이 몇칠이 지났다고
엄마가 다시 깨어나고
서서히 건강을 차려간다고 또 이 모양이다
근데 그러는 내속 또한 내 속이 아니지 않는가
이상하게 서러움이 가슴 한 가득인거 같은데
요즈음은 병원에 올라가면서 눈시울 적셔지는거 같고
내려오면서 또 남다른 슬픔이 차 오르는거 같다
형제가 많은데 없는듯 살아가는 혼자라는 느낌이 절실하게 와 닿을때 마다 이 모앙이다
어느날 아침
남편 애들 나가고 난뒤 그나마 세탁기 돌려놓고
그 사이 집 정리 마치고
퇴근해서 돌아올 남편 반찬거리도 준비해놓으면 시간이 바삐 지나는듯 했다
슈퍼에 들러서 그 전날 먹고 싶다던 간식거리를 사서
큰 가방에 넣고 차를 타는 순간 맥이 풀려옴을 느낀다
올라가면서 낯모를 서글픔이 차 오르는데
병실문을 열고 들어가면 또 한번 가슴이 여며진다
약해진 엄마가 등을 돌리고 자고 있는 모습에
마음 가다듬고 표정 정리하면서 얼굴을 만지면 눈이 활짝 개인다
그나마 유일하게 오는 딸의 방문이니
그때부터 그 전날 밤에 있었던 이야기를 내려놓는다
그러는 엄마한테 울먹이며 이야기를 했다
왜 엄마는 딸을 하나 더 낳지 않았냐고
왜 아들만 그리 줄줄이 놓았냐고
이럴때 언니야 동생아 하면서 이야기가 하고 싶은데
나는 의논할 사람이 없다고
왜 모두 나한테만 이러냐고 그러면서 고개 수그려 울었다
엄마도 눈이 빨개지는데
그래 그렇게 힘이 들었다
아버지도 교통사고로 한시간만에 영안실에서 봤는데
엄마도 아무 준비없이 그렇게 보내기 싫었다
아직 엄마없는 내 인생을 생각해보지 않았던거 같다
딸과 엄마의 관계
영원히 뗄래야 뗄수없는 관계
엄마는 하면서 짜증섞인 소리 해놓고
돌아서 내려오는 그 길에 얼마나 눈물을 뿌렸는지
마음에도 없는 소리해놓고 내 가슴을 얼마나 쳤던지
그 마음을 어떻게 설명할수 있을까
병원에 들어오기전
탕에 물을 받아서 엄마보고 들어오라고 하는데
틀림없이 우리 엄마를 불렀는데
들어오는 여자는 어떤 낯선 할머니가 들어오는거였다
십년 만에 큰 자식집에 처음으로 몇달 동안 가 있었는데
왜 이렇게 변한거처럼 느껴졌는지
왜 이렇게 말랐냐고
염색은 한번도 안했냐고
머리는 왜 이렇게 길었냐고
파마는 왜 하지 않았냐고
팔을 씻으면서 모른척
남의 일인양 이야기를 하는데
이제는 보내지 마라고
이제는 안갈란다 하면서 울고있다
가지마라
죽으나 사나 여기서 살으라고
엄마가 있고 싶은곳에 있으라고
그렇게 가고 싶어했던 집이었는데
그 집에서 있었던 일 그집에서 삭히고
아무말 하지 말라는 말에 병이 났었나 보다
오빠만 보고 있으라고
남의 자식한테는 기대하지 말라고
잘해라고..
몇칠만 있다가 오라고 그렇게 보냈었는데
근데 왜 이렇게 슬프지
왜 이렇게 허무하지
내가 나이들어가는데
우리 엄마도 나이들어간다는거는 정한 이치인데
왜 나는 엄마라고 생각했지
엄마가 할머니가 될수 있다는거는 생각하지 못했을까
언제나 내가 엄마라고 부르면 성한 모습으로 나타나야 되는데
이제는
우리 엄마 참 이쁘다고 했었는데
엄마는 엄마여야 된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무 생각하지말고 살부터 찌우자
자식을 위해서라도 야위어가는거 좋지 않다고
그러면서 씻어서 내어놓고는
한참을 목욕탕에서 나오지 못했다
그런저런 생각으로 병원을 내려오는데
신발가게가 눈에 들어왔다
한 귀퉁이 신발이 낡아있었는데..
워낙 발이 작아서 맞춤이 아니면 안되는데
다행이 마음에 드는 신발중에 작은 신발이 하나 있었다
사고 나오는데 그제사 배가 너무 고프다는걸 알게 되었다
늦은 저녁을 천천히 먹고 집으로 향했다
차를 타야 되는데
걸었다
말도 어떨때는 힘들어 하는거 같고
사람도 가리는거 같고
그렇다고 술이 나를 받아주지는 않는거 같고
노래도 못 부르고
내가 유일하게 숨을 쉴수 있는거는
이렇게 넔두리라도 쓰고 음악을 듣고 걷는 방법밖에 없다
내가 살아오면서 가장 좋아하는 방법으로의 삶의 터득인거 같다
걸을수 있는 마음의 여유와 정신일거 같다
캄캄해진 하늘을 올려다보며
언젠가는 내 일상으로 돌아올 내 자신을 꿈꾸면서
내 주위에 아주 큰 행복이 있었다는걸 깨달아가는 요즈음이다
이 세상에서 미워할 사람은 한명도 없다는거
내 행복은 마음 한장의 차이라는거
일상의 소소한 일들이 얼마나 가슴 가득 차오르는 기쁨이었는지
엄마의 아픔으로 깨달아가는 그 며칠이었다
그래..! 내게 주어진 운명이라면
이래도 편해질수없고 저래도 편해질수 없는 마음이라면
내가 즐거이 해 나가자
나중에 내곁에서 떠나갈 엄마의 모습이 한으로 남겨지기전에
어쩌면 나를 위해서라도 그 모습 오래 간직할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
또 다시 엄마가 아파서 내가 눈물 바람으로 날들을 보내게 되더라도
후회없이 엄마를 보낼수 있도록 열심히 살아보자
우리엄마 오랫동안 건강한 모습으로 살아갈수 있도록 기도하자
내 일상의 행복이 얼마나 큰것이었는지 깨닫게 함에 감사하자
감사할게 너무 많은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