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꽃은 다시 피는데..

하농17 2013. 4. 8. 10:37

 

 

(2013  4  3   태종대 올라가는 길에서.. )

 

 

봄은 꽃인거 같지

봄의 의미는 화사함이겠지

봄은 참 이쁜거 같지

 

근데 누구는 봄 찍지 말았으면 좋겠다

옆에 있는 가을이 쓸쓸해 질거 같아서

 

가을이 봄처럼 이뻤을때

자기를 만났는데

자기가 눈길을 꽃에만 준다면 나는 그럴거 같다

 

꽃은 지천으로 깔려있으니 말이다

자기는 한때 꽃이었던 나를

나만 찍었으면 좋겠다

 

남편에게 얼른 내 두손을 입으로 내밀었다

천하절색인 꽃과 나를 비교했으니 윽이라도 할까봐서

 

근데 이 남자는 내 말에 가만히 나를 쳐다보고서는

웃기만 한다

괜한 기분에 휩싸여 말도 안되는 억지를 부리고 있는데도 말이다

 

 

 

 

 

내가 지금 이상해지고 있는거 같다

어수선한 나른함과 회의감에 모든게 허무해지고 있는거 같으니

 

산으로 가고 싶다고

바다로 가고 싶다며

펼쳐지는 광경이 멋지다고 눈물 글썽이며 감격해하고

 

같이 많이 다니자고 하고

많이 고맙다고 하며

자기 밖에 없다고 하면서

더 안으로 안으로 들어가는 움츠려드는 내가 보여온다

 

금방 말을 하고서는 끝맺음도 채 하기전에 그 말을 다시 반복하고

서두끝에 말을 잊지 못하고 마음부터 젖어버리는 아내를 보고

점 점 더 약해지는 모습을 보이는 나로인한 당황스러움 일것이다

.

.

.

 

 내가 꽃을 찍을께

자기는 나를 찍어

남편은 자연과 더불어 나를 많이도 찍어 나간다

 

사진을 보면서

어떤 모습에서는 마음에 안든다며 지워버리고

내가 점점 변해가는거 같은데

내 모습에 내가 낯설어질때가 생기는 것도  같으니

 

내가 자기를 남편으로도 남자로도 보아줄테니

자기는 나를 처음 봤을때처럼

꽃으로 보아달라며 중얼거렸다

 

 

 

 

 

어느 꽃 모가지만 뚝 떨어져

잊혀진듯 버려져

찬연했던 빛도 잠시

낙화의 서글픔 배여나듯

 

 

떨어진 그 꽃 밑둥

거름으로 남겨지듯

나도 언젠가 그 모습 그대로 

아쉬움 잔뜩 안으며 무심히 사라질테지만

 

자기한테만은

아니 나한테는 영원한 꽃이고 싶다

  

 왜 이리 이쁜지

꽃이 이리 서글퍼지기도 하고 이뻐지는걸 보니

나 정말 나이들어가는거 같지

 

꽃이 꽃인줄 모르고

꽃이 이쁜줄을 모르고

그저 세월의 한 자욱이라 생각했었는데

 

게절 계절마다 꽃의 역할이 있고

각자의 모습에서 사연 만들어 내듯 제 할일을 다하는걸 보니

 봄은 한 세월의

인생의 시작인듯도 하다

 

저기 저 나무

봄 여름 가을 겨울

사 계절이 다 들어있고

그 나무또한 우리 인생을 말해주는듯 하니

 

비바람 눈속에서 모진 세월견디어 가며

꽃을 피워내고 푸른 잎으로 무성해지다

낙엽으로 견디어

눈 바람속에서 마른 가지로 살아내니

.

.

.

 

  그 나무

수많은 억겁과 상처와 세월속에 꿋꿋이

다시 꽃을 피워 내는데

 

우리들 생은

내꽃은 허망하게 다 져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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