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 / )
바람이 불면 나는 언제나 가을이다
높고 푸른 하늘이 없어도
뒹구는 낙엽이 없어도
지하철 플랫폼이 앉으면
시속 100킬로로 달려드는 시멘트 바람에
기억의 초상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흩어지는
창가에 서면 나는 언제나 가을이다
따뜻한 커피가 없어도
녹아드는 선율이 없어도
바람이 불면
5월의 풍성한 잎들 사이로 수많은 내가 보이고
거쳐온 방마다 구석구석 반짝이는 먼지도 보이고
어쩌다 네가 비치면 그림자 밟아가며 가을이다
담배연기도 뻣뻣한 그리움 지우지 못해
알미늄 샷시에 잘려진 풍경 한 컷 우수수
네가 없으면 나는 언제나 가을이다
팔짱을 끼고
가 ㅡ을
(11월의 가을 / 금정산 북문에서..)
공원을 걸으며
산에 올라가며
나처럼 계절 감각이 떨어져 낙엽 안고 있는 나무들이 있어
때때로 가을인가 하고 물어볼 때면 영락없는
나는 가을 타는 여자임은 틀림이 없다
창가에 부딪히는
소슬거리는 연초록 잎새들의 흔들림을 보면서
가을 바람 냄새를 맞이하고
내 손에 김 오르는 커피가 있고
내 귀를 즐겁게 해
내 마음마저 몽글거리게 하는 음악이 있어
나는 가을을 좋아하는 여자임은 틀림이 없다
어느 길모퉁이
작은 간이 의자에 앉아
끝없이 이어질 거 같은 길을 하염없이 바라보며
이슬같이 내 마음 젖어가는 거 보며
나는 가을을 기다리는 여자임이 틀림이 없다
내 눈에 펼쳐지는 모든 것들이
하나의 소중한 의미로 떠 오른다는 거는
나는 가을 속에 담긴 여자임은 틀림이 없다
.
.
.
다시 가을
가을이다
점점 더 할 말을 잃어가는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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