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에는
빗방울 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
웅덩이 위에 고이는 가벼움으로
누군가에게 물결져 갈 때
바람에 부딪혀
동그란 평온이 흔들리고
비스듬히 꽂힐지 모르겠지만
문득 그렇게 부딪히고 싶다
비오는 날에는
빗방울 같은 존재를 만나고 싶다
창문을 두둘기는 간절함으로
누군가 비밀번호를 누를 때
바람에 흩날려
흐르던 노래가 지워지고
희미하게 얼룩질지 모르겠지만
한순간 그렇게 젖어들고 싶다
비오는 날에는
빗방울 같은 존재로 남고 싶다
가두거나 가볍게 굴릴 수 없는
투명한 세계
나무의 나이테처럼 옹이지거나
수갑 채우지는 않겠다
컵이나 주전자에
자유롭게 담기는 사유의 기쁨으로
빗방울 같은 내가
빗방울 같은 너에게
다만 그렇게 담겨지고 싶다..
[시집" 스스로 우는 꽃잎"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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