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우산속으로 보여지던 연보랏빛 송이들..
첫사랑도 저렇게 왔다
아마 내 기억으론
깊이 잠들었다
막 깨어난 이른 아침
나도 몰래 변해버린 세상
어제의 지붕도
어제의 가로수도
어제의 기억도 내겐 없었다
이미 내 세상을 덮어버린
너의 그윽한 눈빛
그 눈빛 하나만으로도
가슴은 몰래 쿵쿵 뛰었다
그러나 그 소리 은밀하여
아무도 눈치챌 수 없었으니
금서(禁書)의 책장을 넘기듯이
숨어서 너를 바라보았다
마주치면 소스라치는 내 영혼
순결의 무늬가 너무 투명한 까닭에
너의 이름 한 자(字)도 조심스레
불러야 했다
첫눈은 그렇게 내게로 왔다
천사의 고운 날갯짓
이 세상 티끌 한 점 다 지우고
첫사랑은 나에게 그렇게 왔다
첫눈처럼 소리 없이 나를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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