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

커피 과일캔디..

하농17 2012. 3. 15. 10:27

 

 

 

 

 

 

남편의 관심은 항상 은근하다

내가 긴 목욕을 하거나 샤워를 하고 나올때면

혹은 새로 산 옷을 자기 앞에서 입고 벗을때면

눈빛이 틀려진다

 

 

 

 

이 남자를 만난지가

대학 3학년..

나는 졸업을 한 상태로 직장을 다니고 있었고

 

조금 알던 머스마의 소개로 만나게 되었는데

                                                                            그 친구와는 반대로 남편은 공부만 하는 사람이었다

첫인상은 좀 그랬지만

어쩌다 다시 만난 두번째 모습은 되게 깔끔하고 괜찮았다

 

 

 

 

이 남자는 틀림없이  

                                                                                        나 보다 한살 위라고 알고 있었는데

아니 학생증에는 틀림없이 한살 많게 되어 있었다

 

결혼하고 혼인신고를 하러 갔는데

생년월일이 이상한거였다

 

어.. 아니 했더니

학생증을 위조했단다

한살도 아니고 두살이 어리다

자기도 살면서 연상의 여자를 만난거는 처음이란다

 

내가 자기가 좋아하는 타입이란다

지금은 이 남자가 더 오빠같다

 

 

 

 

내 남자의 표현은 이렇다

그냥 자그마한 쇼핑백을 내 민다

 

퇴근을 하면서 한번씩 내가 좋아하는 거를 사오는지라

눈 초롱이며 개봉을 하기까지 설레인다

기대를 저버리는 않는 아이스크림과 비스켓이 나올때면 참 좋다

그대신 미워지는 날 생기면 본척도 안할때가 있다

 

 

 

 

사탕은 좋아하지 않는다고

무조건 무슨 날이던 초콜릿을 사오라고 했는데

열어보니 커피캔디 과일캔디이다

 

커피캔디는 나한테 주는거고

과일캔디는 자기 딸거라고 하는데

 

그러고 보니 남자가 여자한테 주는 날이란다

 

나라는 사람은 내가 관심있는 분야에는

좀은 괜찮을만치 똑 부러지는거 같은데

아닌 분야에서는 아닌거 같다

 

자꾸 헷갈리고 잊어버리니 말이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화이트데이인지

발렌타인데이인지 또 모르겠다

 

이러니 남편이 자기가 사올수 밖에 없단다..ㅋㅎ

 

 

 

 

아..

남편이 사오면 그대로 놓아두고 몇칠이나 지나고 했었는데

이렇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한것도 처음이다

 

데이지님한테 보여주고 싶어서

남편한테 받지만 말고

사 주어야 한다고 저번 달 부터 누누히 이야기해 왔지만..

 

인증샷을 찍었다

이 남자 내 침대에서 하트 모양을 만들면서

이마에 땀방울이 맺혀간다

 

처음 만나서 내 성질이 그런거 같아서

안 시귈까하는 생각도 해 봤다고 하는데

자기 눈을 내가 당기더란다

그리고 착할때가 더 많더란다

( 자화자찬 절대로 아님..)

 

 

 

 

 

 남편은 진한 사랑도 아니요

그 어떤 표현으로도 해석이 되지 않지만

이 사람은 나를 무한정 편하게 한다

 

이 남자의 포개어진 두 다리 사이로

내 다리를 넣어

따뜻한 꿈결같은 잠을 자면서

때로는 아파서 열이 나고

한잔도 못 마시는 나를 두고

술냄새 진동하는 날들을 만들어 주어도

 

이 남자

이 여자는

달콤한 초롤릿도 아니요

더 더욱 새콤한 캔디의 상큼함도 아니지만

 

무덤덤한 세월이 스며들듯

있는듯 없는듯

서로의 존재속에 묵은 정이 베여나지 않을까

 

마음의 손을 잡고 살아가야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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