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그 여자 / 염괴

하농17 2014. 9. 4. 10:37

 

 

 

 

눈물이 파란 여자가 울고 갔다  

이별이란 말은 뱉지 못하고 

신음으로 흐느끼다

사랑했다는 말로 대신할 시간이라서

딱딱하게 굳은 심장을 왼손에 들고

스스로 차가워 억울하다며

푸른 사리를 쏟아내고 있는 새벽 의식이었다

 

가느다란 詩의 비명을 꼬아

가슴을 꿰맨 여자

시인의 심장에서 핏줄을 뽑아

자궁을 꿰맬 여자 

 

 그 여자

그 여자의 창백한 고백

사랑했었습니다 라고 마지막 인사가 

과거형으로 들려오는 순간

뜯겨져 나가는 횡경막 위로

 '통증'이라는 단어만이 붉게 낭자하고 말았다

 

 시인보다 시를 사랑하고

사랑보다 영혼을 숭배했던 여자

별리라는 시제로 

모진 詩 한 수 흘려놓고 갈 수밖에 없다는

그 여자

그 여자가 울고 갔다

 

빨간 원고지의 칸 칸을 파란 눈물로 적셔놓고

천 년 바닥으로 잠길 무게만 내려놓은

 

그 여자

그 여자

그 여자

 

고양이 발로 다가와 시처럼 울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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