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새의 눈으로 보는것과 대롱을 통해 보는 것

하농17 2011. 9. 29. 09:00

 

 

 

 

 

 

정선으로 가는 길

늘 이 집이 보이는 길을 택하곤 한다
  
  나에겐 그 집이 짐짓 아름다워 보이기 때문이다
또 그는 사물을 보는 방법을 넌지시 알려준
나의 스승이기도 하니 지나는 길에 눈인사라도 하려는 것이다
  
  그가 일러준 방법은 비단 사물뿐 아니라
사람이나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까지도 길러주었다
  
  말도 하지 못하고 사유도 하지 못하는 사물이
무엇을 알려줄 것이냐는 생각은 접어두는 것이 좋다
  
  자연 속을 거닐다보면 언제나 그랬다
그는 나에게 일러준 것이 없는데
나는 그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배우곤 하는 것이다
  
  그는 나에게 조감鳥瞰과 관견管見을 이야기해주었다
그것은 전체와 부분을 말하는 것과 같다
  
  그를 처음 본 것은 지금 사진에서 보이는 것과 같은 거리에서였다
그러나 어느 날 나는 그 거리를 참지 못했다
  
  계곡을 건너고 비탈을 올라 부득부득 그 집 앞에 다다르자
그동안 내가 봤던 그의 모습은 간 데 없고 궁색하기만 한
낡은 집 한 채가 눈앞에 있을 뿐이었다
  
  그것은 전혀 다른 것이었다
다만 그를 보는 거리를 좁혔을 뿐인데 말이다
 
서둘러 되돌아와 다시 그를 보니 그는 여전히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그것은 치부를 드러내는 것과 가리는 것의 차이가 아니다
그것은 전체 속의 부분이냐 아니면 그 스스로가 전체냐의 차이인 것이다
  
  또 그것은 그의 문제가 아니라 나의 문제이다
  
  새가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것처럼 조감을 하지 못하고
대롱으로 사물을 보듯이 늘 관견하려는 문제 말이다
  
  나는 믿는다
자연의 모든 것은 부분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렇지만 그들은 엄벙덤벙 서로 어울려 있을 뿐
어느 것 하나 돋보이려 애를 쓰지 않는다
  
  것이 그들이 지닌 아름다움의 시작이며 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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