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

섬 / 이수인

하농17 2011. 4. 13. 08:27

 

 

 

 

 

 

 

  사랑해서는 안 될 한 남자를 알게 되면서

바다에 섬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나무와 이파리 꽃과 나비

비와바람 천둥과 번개 햇살과 무지개

이런 단어들이 쓸쓸하다고 느낄 무렵

바다에는 외로운 많은 섬들이

떠다니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내 사랑을 보내주고 휘청거리는 바닷가에서

밀물에 섬 하나가 말없이

잠기는 것을 보고 울었다

 

살아있는 섬들은 물을 향해

그리움의 손짓만 천년 동안 하고 있었다

 

수많은 이별과 만남의 종착역이 된 섬

섬은 이별에 익숙하다

수없이 많은 이별로 슬픔조차 모른다

 

섬에서 바라보는 육지는 희망이며 사랑이다

섬사람들은 태어나면 육지를 향해

꿈을 키워나간다

 

사랑보다 먼저 육지를 배우고

물을 향한 꿈과 희망만이

사랑을 얻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실연당한 물사람은 섬을 찾아와

벼랑 끝 절벽에 앉아

저물어가는 물의 화려한 불빛을 바라보고

다시 사랑을 꿈꾼다

 

깊은 잠에 빠진 섬은

바다가 막은 길을 터주는 꿈을 꾼다

애초 섬은 존재하지 않았다는것을

섬은 알고 있는 것이다

 

바다가 길을 막아 섬이 되었다는 것을

하지만 바다는 불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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