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계집아이가 있었지요
붉은 꽃은 모두 장미인줄 알고
노란빛을 띈 꽃들은 모두 국화인줄 알고서
좀은 어설프고 자연에 대해서만은 아주 바보스런 아이가 살았지요
어느날 붉은 꽃을 보면서
이 장미는 희안하게 생겼다며 낯설어 하는데
옆에 있던 친구가
그 꽃은 동백이라고 이야기를 해줬지요
팔색조처럼 여러가지 색을 띄며
아주 추운 날에도 피어있다는것도 알아 갔지요
그 여자아이는 아버지가 붙혀준 이름이 항상 창피했지요
그 이름을 먼저 가진 창을 하던 어느 여자분같이
노래를 아주 잘 부르라고 지어줬다고 하는데
그 아이는 부끄럼도 수줍음도 많아 노래도 잘 부르지 못했고
누군가가 자기 이름을 부를때면 얼굴이 화끈거려와
불리어지는것을 지극히 싫어 했다 합니다
아주 어릴때는
다른 이름으로 학교에서 집에서 불리어 졌답니다
이름에서 자유로위질 무렵
여자 아이는 여중생이 되었답니다
호적이 열람이 되면서
그렇게 싫어하던 그이름이 온전히 자신의 이름으로
어디서나 쫓아 다니듯 불리어 져야 된다는 것을 알아갔답니다
이상하게 어설프고 남의 옷 걸치듯
자기 이름같지 않는 단어들에 정이 들지 않아
어디론가 숨고 달아나고 싶은 순간이 한두번이 아니었는데도 말입니다
화류계의 이름인듯도 했고
웬지 모를 바람이 흐른듯 했고
화냥끼가 돋는듯 했답니다
사람들에게는
사귀던 남자에게는
집에서 불리어지던 이름으로 가르켜줬답니다
하지만 호적 이름은 뗄레야 뗄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처럼
그녀를 따라다니며 괴롭히는듯 했답니다
어느날 소설을 읽었고
그녀의 일생을 보면서
붉은 동백과 하얀 동백의 어원을 보면서
붉은피 뚝뚝 떨어지듯
당신만을 사랑한다는 꽃잎의 말에 세뇌되어 가듯
정말 한 사람 밖에는 가슴에 담을줄 모르는 그녀와 닮아있듯
그 이름이 점점 마음속에 읽히어 가고 있더랍니다
두가지의 이름중에 동백이 이쁘다고 말한 사람이 있었다 합니다
(아주 오래전.. 아마 오래전이라고 말을 해야겠습니다)
누군가가 이름을 물어올때면
어릴때 친한 친구들만 아는 불리어 지던 이름으로만 가르켜주고는 했었는데
이름이 뭐냐는 소리에
늘상 숨고 싶었던 그녀는 많이도 체념해 가듯 부연 설명과 함께
눈치살피듯 두 이름을 같이 가르켜줬더랍니다
이쁘답니다
그렇게 싫어하고
불리어지기 싫었던 이름이
바람끼 묻어나고
색끼가 묻어난다고 생각되어지던 그 이름이 더 이쁘답니다
이제는 그 여자 아이는
어른이 다 되어서야
아니 많은 나이가 되어서야
진짜 이름을 찾게 되었답니다
동백이 사랑스럽다는것을 느끼게 되었답니다
아직은
조금은 그래도 주저하는 부분 없진 않지만
이제는 그 누가 이름을 물어와도
스스럼없이 대답을 할수 있게 되었답니다
동백에 대해서
이름에 대해서
자신의 이름이 불리어 질때면 얼굴부터 붉어지던
그 이름에 대해서 이제는 말이 하고 싶어 진답니다
자신을 사랑하듯
그림자처럼 붙어다니던 이름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게 되었답니다
꽃잎으로 지지 않고
모가지 뚝 떨어져
꽃채지던 동백
내가 이 세상 살아가는 동안
영원히 함께해야 할 동행인것도 같으니..
'산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월 장미 (0) | 2013.05.14 |
---|---|
가을에 만난 사람들 (0) | 2013.05.07 |
보풀 보풀 살랑 살랑.. (0) | 2013.04.24 |
에리카.. (0) | 2013.04.23 |
너는 내 곁에서.. (0) | 2013.04.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