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좋은 팀이다. 그러나 선수 개개인에 대해선 잘 모른다."
홍명보호와 일전을 앞두고 있던 스튜어트 피어스 영국 감독의 말이다. 한 마디에 '종가' 영국이 과연 한국과의 2012년 런던올림픽 8강전을 어떻게 보고 있었는지 잘 알 수 있었다. 대부분의 영국 언론들은 영국 단일팀이 런던올림픽 8강행에 성공하자 한국보다는 4강에서의 유력한 맞상대 브라질전에 초점을 맞췄다. 철저하게 한국을 무시했다.
한국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박주영(아스널) 기성용(셀틱) 등 일부 선수와 조별리그 세 경기서 단 1실점 밖에 기록하지 않은 수비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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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한국시각) 영국 카디프의 밀레니엄 스타디움에서 뚜껑이 열렸다. 7만여 관중의 일방적인 응원 속에 영국 단일팀은 호기롭게 한국전에 나섰다.
그러나 영국 관중들의 환호는 전반 중반부터 사라지기 시작했다. 조별리그 세 경기서 부진했던 지동원(선덜랜드)이 전반 29분 선제골을 쏘아 올렸다.
전반 36분 애런 램지(아스널)의 페널티킥골이 나오면서 동점을 만들었지만, 4분 뒤 이어진 두 번째 페널티킥 기회는 골키퍼 정성룡(수원)의 선방에 막혔다.
영국 선수들은 머리를 감싸쥐었고, 관중들은 침묵했다.
후반전에서도 한국의 공세는 계속 이어졌다. 지동원과 박주영,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이 선봉에 섰다.
영국 수비진은 한국 선수들을 끌어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오히려 패스 미스로 공격권을 넘겨주는 등 실망스런 모습에 그쳤다.
피어스 감독은 여유롭게 대기시켰던 라이언 긱스(맨유)를 결국 후반 40분에 투입시키면서 승부수를 띄웠다.
그러나 이마저도 실패하면서 승부는 연장으로 접어들었다. 오만과 편견에 사로 잡혀있던 영국이 지난 3년간 숙성된 홍명보호의 매운 축구에 제대로 혼쭐이 나고 있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현장리포트] 위대한 팀은 영국이 아닌 홍명보호였다
[매경닷컴 MK스포츠(영국 카디프) 임성일 기자] 홍명보 감독은 영국으로 떠날 때 "한 점 부끄러움 없는, 후회 없는 경기를 펼치고 돌아오겠다"는 출사표를 던졌다.
그리고 4일 오후 웨일스 카디프에서 개최국 영국과 만난 홍명보호는 그 어려운 약속을 지켰다.
예상대로였다. 웨일스 카디프에 위치한 밀레니엄 스타디움 주변에 도착한 것은 경기 시작(현지시각 4일 오후 7시30분) 3시간도 전이었다.
그때부터 이미 영국인들은 축제 분위기였다.
↑ 홍명보호가 개최국 영국을 꺾고 사상 처음으로 올림픽 4강에 진출했다. 위대한 팀은 영국이 아닌 홍명보호였다. 사진(영국 카디프)= 김영구 기자
아무리 국가대표팀 경기보다 클럽축구에 대한 충성심이 높은 영국민이라 할지라도 자신들의 나라에서 열리는 올림픽이고 때문에 단일팀으로 묶인
'TEAM GB(GREAT BRITAIN)'에 열렬한 응원을 보내지 않는다면 축구의 나라라 할 수 없는 일이다. 게다 토요일이었다. 구름관중은 당연했다.
개폐식 돔구장의 지붕을 덮은 밀레니엄 경기장은 역시나 만석이었다. 그 만석의 대부분은 당연히 영국을 응원하는 팬들이었다.
언제 어느 곳에 가도 존재감을 드러내는 한국 응원단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싸워야하는 홍명보호 선수들은 분명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하지만 선수들은 주눅 들지 않았다.
영국 단일팀의 피어스 감독이나 한국의 홍명보 감독 모두 시작부터 예상 외 카드를 꺼냈다.
피어스 감독은 베테랑 와일드카드이자 웨일스의 축구영웅 라이언 긱스를 벤치에 앉혀두고 시작했다.
홍명보 감독은 조별예선에서 다소 부진했던 김보경 대신 지동원을 선발로 출전시켰다. 각각 한 수씩 두고 맞붙은 흥미로운 시작이었다.
가뜩이나 부담스런 경기인데 시작부터 악재가 끼었다. 와일드카드 우측풀백 김창수가 부상을 당해 경기시작 5분 만에 오재석과 교체된 것이다.
조별예선에서 가장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 중 하나인 김창수의 공수 기여도를 생각하면 너무도 아쉬운 일이었다.
하지만, 홍명보호는 흔들림 없이 앞으로 나갔다.
홍명보호의 두 기둥인 기성용과 구자철은 뒤에서 밀고 앞으로 끌면서 전체적인 경기를 한국이 지배토록 했다.
남태희는 측면을 부지런히 공략했고 김보경 대신 투입된 지동원도 전반 13분 멋진 터닝슈팅을 시도하는 등 나쁘지 않은 몸놀림을 보였다.
다른 공격수들이 좋은 몸놀림을 보이자 박주영 역시 공을 잡는 횟수가 많아졌다.
개최국이자 축구종가와 맞붙는다는 것에 대한 긴장은 없었다. 전체적으로 선수들 컨디션은 나쁘지 않았다.
아니, 거의 전 선수들의 컨디션이 좋았고 이기고자하는 의지도 가득했다. 경기의 주도권은 한국이 잡았다. 그리고, 선제골도 한국의 것이었다.
전반 28분 반대편에서 길게 넘어온 볼을 기성용이 논스톱으로 가볍게 내줬고 이를 지동원이 왼발로 강하게 때려서 골망을 흔들었다.
골키퍼 손이 닿았지만 뚫어낼 정도로 방향도 세기도 좋았다. 조별예선에서 주로 조커로 나섰다
이렇다 할 활약을 하지 못했던 마음고생을 날리는 득점이자 중요한 경기에 자신을 선발투입 시킨 홍명보 감독의 뜻에 부응하던 장면이다.
실점 후 영국 선수들은 다소 당황했다. 하지만 이것이 허둥거림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그들의 공세는 냉정하게 뜨거웠고 이 흐름에 한국은 전반 35분 PK 실점을 허용했다. 박종우의 손에 공이 맞았다는 판정이었다.
아쉬운 상황이었다. 아론 램지의 슈팅이 거의 정면으로 향했고 골키퍼 정성룡이 방향을 다 잡았으나 옆구리 밑으로 빠진 것도 아쉬웠다.
다시 원점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시작하려는 찰나 기분 나쁜 판정이 또 발목을 잡았다. 동점을 허용하고 불과 4분 뒤 한국은 다시 PK를 허용했다.
정당한 어깨싸움이라고 봐도 무방할 장면이었으나 심판은 주저 없이 PK를 찍었다.
편파 판정, 텃세 등의 단어가 생각나던 장면이다. 그런데 이것이 전화위복이 됐다.
키커는 다시 램지. 그러나 이번에는 정성룡이 막았다. 완벽한 세이브였다.
께름칙한 판정에 이어 PK 실점을 허용했다면 분위기상 어깨가 처질 공산이 컸던 상황이었다.
기세라는 측면에서 역전에 실패한 영국보다 동점을 지킨 한국 쪽이 나았다. 그렇게 치열한 전반은 끝났다.
후반전에 교체멤버는 없었다. 한국도 영국도 마찬가지였다.
후반 초반은 다소 영국의 공격이 앞섰으나 그렇다고 한국이 수세적인 그림으로 밀린 것은 아니다.
여전히 팽팽했다. 이 흐름 속에 변수가 발생했다.
상대 크로스 과정에서 골키퍼 정성룡이 상대선수와 충돌해 떨어졌고, 정신력으로 일어섰으나 결국 전반 16분 이범영과 장갑을 바꿔 끼었다.
교체카드 1장을 또 원치 않게 썼고, 하필 중요한 골키퍼 포지션에 변동이 생겼으며, 결과적으로 와일드카드가 2명이나 나가는 불운이었다.
이범영은 첫 킥에서 잔디에 발이 미끄러졌다. 그만큼 긴장된 무대였다.
너무도 대견하게, 이런 상황에서도 한국 선수들은 흔들리지 않았다. 무슨 악재가 있었는지, 어떤 판정이 나왔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멋지게 싸웠다.
경기력도 정신력도 대등했다. 경기가 벌어진 곳은 카디프였고 상대는 영국 단일팀이었다.
홍명보 감독의 출사표대로 한 점 부끄러움 없는 경기, 시종일관 자랑스러운 경기를 펼쳤다.
후반 39분, 피어스 감독은 결국 라이언 긱스을 투입했다. 아마 4강에서 만날 브라질을 염두해 노장 긱스는 끝까지 아끼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별 수 없었다. 연장까지 생각했다는 뜻이고 그만큼 한국이 강했다는 방증이다. 경기는 연장승부로 이어졌다.
이제는 정신력 싸움이었다. 프리미어리그 선수들이라고 지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영국은 잦은 패스미스가 나오기 시작했다.
물론 한국이라고 힘들지 않은 것은 아니다. 지동원은 연장전반 막바지 근육경련으로 백성동과 교체됐다. 그야말로 혈전이었다.
120분 동안에도 승부는 나질 않았다. 덧없는 가정이나, 축구에 판정승이 있었다면 한국 쪽이 나왔을 경기다.
그리고 승리의 여신 니케는 이를 승부차기에서 보상해주었다.
영국의 선축. 1번 키커 램지가 성공했다. 한국은 캡틴 구자철이 선봉이었다. 떠나갈 듯 야유 속에서 멋지게 성공시켰다.
이후 양팀의 2~4번 키커가 모두 골을 넣었다. 이제부터는 매 순간이 마지막이었다. 그리고 추가 키커 없이 끝났다.
영국의 5번째 키커로 나선 스터리지가 한 박자 쉬면서 찬 슈팅을 이범영이 멋진 다이빙으로 막아냈다.
이제 한국이 넣으면 끝나는 상황에서 마지막 키커는 기성용. 그의 발을 떠난 공은 골문을 통과했고 밀레니엄 스타디움은 그야말로 정적이 흘렀다.
한국이 축구종가의 단일팀을 꺾고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4강에 진출하던 순간이었다. 위대한 팀은 영국이 아닌 홍명보호였다.
'345억원' 홍명보호, '1325억원' 英 꺾었다
[마이데일리 = 런던(영국) 올림픽특별취재팀] 축구공은 둥글다. 그리고 돈은 숫자에 불과하다.
한국과 영국의 올림픽 8강전이 남긴 교훈이다. 한국은 5일(이하 한국시각) 웨일스 카디프의 밀레니엄 스타디움에서 치른
2012 런던올림픽 8강전서 승부차기 끝에 개최국 영국을 물리치고 준결승에 올랐다. 한국 올림픽 축구 역사상 첫 4강 진출이다.
이날 승리가 값진 이유는 상대팀 영국의 어마어마한 몸 값 때문이다.
독일 축구 이적료 평가 사이트인 트랜스퍼마르크트의 기록에 의하면 태극전사 18명의 몸값 총액은 한화로 약 345억원이다.
반면 개최국 영국의 몸 값 총액은 약 1325억원이다. 긱스(맨유)를 비롯해 주축 선수들이 첼시, 아스날, 스완지 시티 등 프리미어리그 클럽에서 뛰고 있다.
가장 큰 몸값을 자랑하는 리차즈(맨시티)가 256억원 수준이다. 한국 선수를 다 합쳐야 넘을 수 있는 수치다.
하지만 경기력은 몸값을 비례하지 않았다.
한국은 개최국 영국을 상대로 두 번의 페널티킥을 내줬지만 불굴의 투지로 짜릿한 승리를 거머쥐었다. 이제 한국의 다음 상대는 브라질이다.
'스타군단' 브라질의 천문학적인 몸값도 충분히 넘어설 수 있다.
[사진 = 카디프(웨일스)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기사 제보 및 보도자료pres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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