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에는
아무래도 바흐의 미뉴엣이 제일이다
촘촘히 그려진 음표 중에 하나라도 놓치면
나의 연주는 망친다
한평생 연습만 하다 끝나버릴지도 모르는
난해하기만 한 생의 음표들
몸과 마음을 다 던져 연습한 곡조차
능숙하지 못한 손놀림
마음에서는 검은 구름이 스믈스믈 올라온다
도도도 레레레 미미미
더 이상은 보이지 않는다
악보들은 점점 흘러내려
흔적도 없이 흐믈흐믈 사라져 버린다
비는 박자도 맞지 않는 리듬을 창문에 대고 두들겨 댄다
불협화음만 가득한 이 연주
몇 시간이고 피아노 앞에 앉아 있다
바흐의 미뉴엣은 오늘도 미완성이다..
시집<아를르의 별밤>에서
'문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우현(雨絃)환상곡 / 공광규 (0) | 2012.07.24 |
---|---|
저녁의 노래 / 임동확 (0) | 2012.07.19 |
갑사 가는 길 / 이운진 (0) | 2012.07.16 |
그녀들의 LOVE (0) | 2012.07.04 |
법정스님의 비망록 (0) | 2012.07.03 |